어느 봄날. 아파트를 거닐 때였다.
한 무리의 개나리꽃이 눈에 들어왔다. 진노랑 빛에 끌려 가까이 갔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양지에 있는 꽃은 활짝 피었는데 그늘의 꽃은 크기가 작거나 덜 피어 있었던 것. 이상하게 그때 떠오른 것은 지윤이(6·여)와 도겸이(3)의 얼굴이었다. “내 아이들이 활짝 필 것인가 그늘에서 움츠릴 것인가는 전적으로 엄마인 내게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씨가 ‘싸이월드’에 누리사랑방을 만든 건 그 때문이었다. 육아, 교육, 미술, 체험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퍼다 올렸다. 그래도 부족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생생한 정보의 ‘풀(pool)’이 필요했다.
2003년 12월 클럽 ‘Juliesally Happyworld’를 만들었다. 40명으로 출발한 이 클럽은 현재 회원 4100명이 넘는 거대 클럽이 됐다. 클럽이 커지면서 아이 옷, 카시트 등 생활용품을 교환하기도 하고 익명으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박 씨는 “클럽은 이제 없으면 안 되는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다.
○ 생생한 체험, 클럽에 넘쳐난다
‘엄마랑 다녀왔어요’ 코너엔 며칠 간격으로 회원들의 체험기가 오른다. 너무 생생해서 아이들 체험교육을 위해 인터넷 서핑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지난주 박 씨는 한 회원이 올린 체험기를 읽고 디지털 판화체험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의 ‘씽크씽크 미술관’을 찾았다.
지윤이는 작가에게 설명을 들은 후 다른 아이들과 작업장에서 작품을 만들었다. 제작방법도 다양했다. 지윤이는 미리 준비된 틀에 물감을 흘리는 스텐실을 택했다. 1시간여 후 지윤이가 작품을 완성했다. 박 씨는 2층 카페에서 모니터로 아이들을 지켜봤을 뿐, 모든 작업은 아이가 스스로 했다.
클럽에서 얻은 정보로 생생한 체험교육을 한 경우는 더 있다. 지난해 5월. 한 회원이 클럽에 “오로라월드라는 회사에서 아이들에게 인형 제작과정을 참관하도록 하고 직접 인형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정보를 올렸다. 그때 지윤이가 만든 인형은 가장 좋아하는 애장품이 됐다.
○ 학원 대신 창의성 놀이한다
박 씨는 아이를 미술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많은 주부 회원들이 놀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클럽에 올린다. 지난해 여름 박 씨가 냈던 아이디어인 ‘목욕탕 벽화놀이’는 단연 최대의 화제를 모았다.
욕실에서 아이를 씻기기 전 수채화물감으로 벽에 맘껏 그림을 그리게 한다. 아이들은 신난다. 창의성도 쑥쑥 오른다. 작업이 끝나면 직접 물로 벽을 씻게 해 정리정돈 습관도 들일 수 있다.
‘거품 판화 놀이’도 인기를 끌었다. 먼저 물이 든 종이컵 여러 개를 준비하고 각기 다른 색의 물감을 풀어놓는다. 이어 빨대로 불면 거품이 올라온다. 그 거품에 대고 종이를 대고 찍으면 멋진 판화작품이 된다.
가장 최근에 박 씨가 얻은 정보는 ‘책 나무 만들기’. 벽에 큰 나무를 그리고 책을 다 읽을 때마다 제목, 주인공, 줄거리 등을 적은 열매 모양의 종이를 붙인다. 열매를 붙이려는 욕심에 지윤이는 2주 만에 30권의 책을 읽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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