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미 정의용 안보실장 만나… “한국, 인도태평양 가장 강력한 동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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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염두 둔 발언인듯… 강경화 “美와 파병 입장 같을순 없어”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한미 간 현안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

미국 백악관은 9일(현지 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정의용 실장,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만나 ‘한국과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 중 하나’라며 양국과 공유하는 지지 및 깊은 우정에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강조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 실장은 8일 워싱턴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국장과 고위급 협의를 진행했다. 3개국 안보 고위급 협의는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놓고 빚어진 갈등이 잠정 봉합된 뒤 처음 재개됐다. 정 실장은 오브라이언 보좌관과는 별도의 양자 협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협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이란 긴장 고조에 따른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북-미 대화 재개, 한미일 동맹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3자 회의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잠깐 보자고 해서 만났던 것 같다. 미리 예정돼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과 관련해 “미국의 입장과 우리 입장이 정세 분석에 있어서나 중동지역 나라와의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가 파병을 약속한 게 아니냐’는 질의에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란과 오랫동안 경제 관계를 맺어 왔고, 지금도 인도 지원 (재개 등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한 지 사흘 만인 9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었지만 파병 여부를 결론 내리지 못했다. 당초 단계적 파병 계획을 검토해온 청와대 내에서는 파병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란 사태가 터지기 전보다는 훨씬 파병에 대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선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여파에 따라 미국의 파병 요구 수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강 장관이 14일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는 만큼 이때 파병 논의가 가닥이 잡힐 가능성도 점쳐진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한기재·박효목 기자
#미국 이란 갈등#호르무즈 파병#도널드 트럼프#정의용 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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