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다시 만나 반가워”… 김정은 “좋은 미래 약속하기 좋은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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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비핵화 협상]폼페이오, 도쿄-평양-서울 숨가쁜 하루

일본 도쿄에서 평양, 평양에서 다시 서울로. 24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진행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관련 일정은 분초 단위로 이뤄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을 잇달아 만난 것은 물론이고 한미 외교장관 협의까지 폼페이오 장관은 숨 가쁜 당일치기 행보를 이어나갔다. 중요한 면담들이 짧은 시간 동안 집중되다 보니 세부 일정이 막판까지도 계속 뒤바뀌었다는 후문이다.

○ 김정은 어깨에 손까지 얹은 폼페이오

이날 오전 7시 국무장관 전용기로 일본 하네다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은 곧바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2시간 동안 김정은과 회담한 뒤 백화원 영빈관에서 1시간 반 동안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오찬까지 모두 3시간 반 동안 김정은과 대화를 이어 나간 것. 회담을 마치고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걸어 나오는 두 사람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찬 시작에 앞서 카메라 앞에서 김정은과 악수를 나눈 뒤 김정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미소를 교환하기도 했다.

푸아그라와 송이버섯, 스테이크, 초콜릿 케이크, 레드와인, 소주 등으로 구성된 5가지 코스 오찬에 김정은이 동석한 것은 예정에 없던 ‘깜짝 일정’이었다고 한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인사말에 김정은은 “좋은 회담 후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 양국의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매우 좋은 날”이라고 화답했다. 김정은은 또 미국 고위인사가 4차례나 평양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처음 방문했을 때의 낯선 기분은 이제 없겠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폼페이오 장관도 “멋진 방문이고, 매우 성공적인 아침(회담)”이라는 말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안부 인사를 전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이뤄진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처음으로 동행했다.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패트릭 머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앤드루 김 CIA 코리아미션센터장도 함께했다. 비건 대표 합류로 완성된 트럼프의 대북 협상팀이 총출동한 셈이다.

회담에 동석한 북측 인사로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정은의 집사로 통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이 카메라에 잡혔다. 특히 김영철은 비건 대표와 나란히 오찬 헤드테이블에 앉아 여전한 무게감을 과시했다. 미국이 군 출신의 강경파인 김영철 대신 외교관인 리용호 외무상으로 협상 카운터파트 교체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재차 전달했음에도 북한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김영철을 통해 협상을 이어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의 새로운 대북협상팀 남북한 총출동

어스름이 깔린 오후 5시 13분. 평양을 떠난 폼페이오 장관의 전용기가 미 공군 오산기지에 도착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영접을 받으며 청와대로 직행한 그는 오후 6시 56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정은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했다.

한미 외교장관 실무 만찬을 위해 급히 발걸음을 옮긴 폼페이오 장관이 남산 하얏트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49분. 한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폼페이오 장관은 일대일로 마주 앉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향후 협상 쟁점을 비롯한 구체적인 논의를 1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 중국 베이징에서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과의 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 여부 등이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만찬 후 기자와 만나 “성과가 있는 것 같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에서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정신없이 이어진 일정 속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평양에서의 회담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오산기지에 도착한 직후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과 찍은 사진과 함께 “우리는 (올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계속 진전을 이뤄가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북한을 향해 “나와 국무부 팀을 환대해 줘서 고맙다”며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 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방북 결과를 전했다고 동행한 미국 측 관계자들이 전했다.

한미 양측은 이날 공유된 내용들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로 말을 아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동행한 CBS 기자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 묻자 “협상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고, ‘미국이 추가 조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상한 방식으로 질문한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폼페이오#김정은#비핵화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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