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MB, 다스 설립과정 적극 관여… 비자금 조성도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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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前대통령 1심 선고]실소유주 논란 11년만에 사법판단


5일 오후 3시 5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1시간 넘게 이명박 전 대통령(77·수감 중)의 16개 혐의에 대한 유무죄 사유를 설명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정계선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7기)가 잠시 숨을 고르며 엄지에 파란 골무를 낀 오른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놨다.

“피고인을 징역 15년 및 벌금 130억 원에 처한다.”

오후 2시 2분에 시작한 이 전 대통령 1심 선고는 1시간 5분 만인 오후 3시 7분 끝났다. 법정의 피고인석은 내내 텅 비어 있었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법정에 오래 앉아 있기 어렵고 전직 대통령인 자신이 법정을 오가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 “다스 실소유주는 MB”

이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소유 여부가 검찰의 공소사실 유무죄를 판단하는 선결 문제라며 “피고인이 다스의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스 실소유주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을 내린 것.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의혹은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후보로 출마한 2007년부터 약 11년간 이어져 왔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다스의 자금원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토지 매각대금이 이 전 대통령 것이라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이 전 대통령 아들인 시형 씨(40)가 다스의 경영권을 행사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스의 설립과 운영을 도운 다스 관계자들의 진술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2008년 특검 때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 아니다’고 진술한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이 이번 재판에서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검 당시 김 전 사장 등이 말을 맞춘 정황이 많은 진술과 자백으로 밝혀졌다”며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스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339억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 중 241억 원을 유죄로 선고했고, 삼성이 대납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 67억7000만 원 중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승인한 59억 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첫 뇌물 인정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2011년 김희중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을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10만 달러가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국정원장직 유지를 위해 건네는 등 ‘대가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장은 대통령의 직무 대상이고, 당시 원 전 원장의 입지가 불안정했다. 인사청탁 명목으로 돈이 교부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에서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판단한 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올 7월 ‘MB 집사’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78)의 1심은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넨 것은 뇌물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같은 달 박근혜 전 대통령(66·수감 중)의 국정원 특활비 1심, 6월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넨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1심은 모두 뇌물죄 무죄, 국고손실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친인척이나 측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비판하며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무죄 부분에 대해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 1심 판결이 확정되면 이 전 대통령은 92세까지 수감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명박#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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