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띄운 김정은 “마땅히 中부터 방문, 나의 숭고한 의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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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시진핑 회담]김정은, 첫 외국방문-정상회담 데뷔

집권 7년 만에 북한 땅을 벗어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첫 외교무대는 중국 베이징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련한 환영연회에서 밝힌 김정은의 축사는 자못 엄숙하기까지 했다.

“나의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 조중(북-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나의 숭고한 의무입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저돌적’으로 관계 복원에 나서자 시 주석도 적극 화답했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이뤄지며 이른바 ‘공산당 브로맨스’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 7년 공백 털어버린, 25시간 동안의 베이징 일정

최고지도자 간 만남이 없던 7년의 더께를 걷어내기 위해 두 정상은 분주히 손을 내밀었다. 중국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초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전했지만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축사를 전하며 “우리(북한)의 전격적인 방문 제의를 쾌히 수락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두 정상의 만남이 서로의 적극적인 필요성에 의해 성사된 것이라는 점이 엇갈린 정상회담 배경 설명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 셈이다.

최근까지 냉랭했던 관계가 무색할 만큼 김정은은 1박 2일간 중국과 주파수를 맞추는 데 집중했다. 북-중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연회나 오찬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두 나라의 녹슬지 않은 친선과 우의, 연대를 확인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북한 매체들은 28일 “김정은 동지와 리설주 여사, 습근평(시진핑) 동지와 팽려원(펑리위안) 여사께서 가정적 분위기에서 마주 앉으신 오찬회장은 시종 화기롭고 혈연의 정이 차 넘치였다”고 묘사했다.

김정은은 처음 만난 시 주석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대가 남긴 유훈까지 꺼내들었다. 그는 연회 축사에서 “장구한 기간 공동의 투쟁에서 서로 피와 생명을 바쳐가며 긴밀히 지지 협조해 온 조선 인민과 중국 인민은 실생활을 통해 자기들의 운명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 주석의 경고에도 핵폭주를 이어갔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부인 리설주 대동하고… 집권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부인 리설주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세 번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환영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부인 리설주 대동하고… 집권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부인 리설주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세 번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환영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 한미와 물꼬 튼 김정은, ‘시진핑 잡기’


김정은은 선대에서는 실패했던 비핵화 협상을 이번에는 이뤄내겠다는 입장을 연초부터 밝혀왔다. 더군다나 상대는 대북 공격을 옵션으로 놓고 있는 역대 가장 강력한 미국의 ‘매파 행정부’다. 북-미 대화는 한 달 남짓 남은 상황. 이런 절박함에 김정은은 시 주석의 마음을 빠르게 얻는 데 집중했다.

김정은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잇닿아 있는 형제적 이웃인 두 나라에 있어서 지역의 평화적 환경과 안정이 얼마나 소중하며 그것을 쟁취하고 수호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값비싼 것인가를 똑똑히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소 ‘뒤늦은’ 방중에 대해서는 “의리상 도의상 나는 당연히 적절한 때에 시진핑 서기 동지를 만나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대화 판이 벌어진 ‘때’가 됐으니 왔으며, 지금 상황에서 중국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시 주석의 재선출에 대해 달랑 세 줄짜리 축전을 보냈던 것과는 달리 직접 ‘시 황제’를 만나서는 그를 한껏 치켜세웠다.

김정은은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이번 만남을 계기로 북-중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적극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중국 동지들을 만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전통적 우의를 심화하길 원한다”며 “이후 기회를 만들어 총서기 동지(시 주석)와 자주 만나고 상호 특사 파견, 친필 서신 등 긴밀히 소통해 고위급 회담을 양국 양당 관계의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도 말했다.

김정은은 27일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 시 주석과의 마지막 오찬에서도 “북-중 우의가 매우 귀중하다. 선대 지도자들의 숭고한 의지를 따르고 비바람 속에서도 본래의 북-중 우호 관계를 유지한 것을 계승 발전시킬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국경을 넘기 전 단둥에서는 이례적으로 시 주석을 향한 ‘감사 전문’까지 내 “우리를 성심성의껏 맞이하고 극진히 환대하여준 당신(시 주석)과 그리고 중앙과 베이징시의 간부들과 인민들에게 충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한다”고 마지막까지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시진핑#북중 정상회담#북한#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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