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틸러슨” 트윗 경질… 반발한 차관 바로 해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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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질 이유 안밝힌채 트윗… 3시간 지나서야 틸러슨에 전화
美언론 “트럼프 리얼리티 해임 쇼”… 틸러슨, 감사인사에 트럼프 빼
美 국무장관 중 사실상 최단명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자신의 경질 소식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알았다. 트위터에 글이 오른 지 3시간이 지나서야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10일(현지 시간) 새벽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고 자신이 머지않아 경질될 것임을 짐작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일정을 하루 앞당겨 13일 오전 4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때만 해도 틸러슨 장관은 자신이 몇 시간 뒤 갑작스럽게 경질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가 공항에 도착하고 4시간여 지난 오전 8시 44분,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새 국무장관이 된다. 그는 환상적으로 일할 것이다. 틸러슨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경질 사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이런 전례 없는 해고 통지에 분노한 스티브 골드스타인 공공외교정책 차관은 30분 뒤 “이야기도 없었고, 경질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그러자 10분 뒤 상기된 얼굴로 백악관 기자들 앞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과는 사이가 좋았지만 여러 사안에서 의견이 달랐다”고 설명한 뒤, 이 자리에서 골드스타인 차관마저 해임한다고 선언했다.

오후 2시 10분경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 브리핑룸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착잡한 목소리로 국무부와 국방부, 미국민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감사를 표하지 않았고 대통령의 이름도 딱 한 번만 거론했다. “낮 12시가 좀 넘은 시점에 트럼프의 전화를 받았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 이름이 거론됐다. 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세계 외교를 주무르던 국무장관이 트위터로 해고되는 어이없는 방식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의 순간까지 틸러슨 장관에게 모욕을 준 것”이라며 “트위터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진행했던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남긴 유행어 “넌 해고야(You‘re fired)” 방식의 해임이 현실에서 실제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국무부 서열 3위 톰 섀넌 정무차관이 지난달 사의를 표한 데 이어 서열 1위 틸러슨 장관과 4위 골드스타인 차관이 경질돼 현재 국무부 고위직엔 존 설리번 부장관 1명만 남게 됐다.

틸러슨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국무장관을 지낸 인물 중 재임기간이 세 번째로 짧다(13일 기준 405일). 하지만 그는 사실상 전후 최단명 국무장관이나 다름없다. 틸러슨보다 재임기간이 더 짧았던 전후 국무장관인 에드먼드 머스키(257일)와 로런스 이글버거(43일)는 현직 대통령의 재선 실패로 새 행정부가 출범하자 어쩔 수 없이 물러난 경우다. 백악관 ‘파워게임’에서 밀려 일방적 해고를 당한 틸러슨과는 경우가 다르다.

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
#트럼프#틸러슨#해임#경질#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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