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수용? 너무 순진한 생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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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비핵화 외교전/中-美 전문가 분석]美싱크탱크 CSIS 보고서
“北핵무기-시설에 대해 무지한데 합의해도 어떻게 검증할지 의문”

“북한 김정은이 미국과 대화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보는가? 아니다. 미국은 아직 북한을 믿지 못한다.”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 정치외교 싱크탱크(민간연구소)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5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간의 만남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담은 보고서를 9일(현지 시간) 내놨다.

수미 테리 한국담당 선임연구원(사진) 등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북-미 정상회담의 난관들을 질의응답식으로 정리했다.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의 최우선 의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에 나오기로 결정한 가장 중요한 계기는 북한의 비핵화 수용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가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비핵화와 동일한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미국이 요구해온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다. 과거 국제사회의 핵 모니터링과 검증 요구를 별다른 이유도 대지 않고 거부해온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비핵화에 응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회담 결과를 낙관하나, 비관하나.

“트럼프 행정부에 엄청나게 힘든 회담이 될 것이다. 성공하건 실패하건 미국은 많은 과제를 안게 된다. 우선 성공했다고 치자. 북한이 평화협정이건 비핵화건 합의했다고 치자. 미국은 북한이 약속을 잘 지킬 것이라고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가. 미국은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핵시설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정확하게 모르는 처지다. 북한에 대해 무지한데 어떻게 검증하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을 경우 백악관은 북한이 도저히 대화 상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북한이 바로 이 시점에서 미국에 대화를 제의한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문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대화 제의도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북한은 봄과 가을에 열리는 한미 연합훈련의 제약을 피하기 위해 지금 대화를 제시한 것이다. 북한은 5월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6∼8월 후속 논의가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김정은은 가을 한미 훈련 시즌 전에 미국과 친해지고 싶은 것이다.”

―왜 북한은 한국 특사를 통해 미국에 대화를 요청했는가. 북한이 미국에 직접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취임 초부터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 김정은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를 활용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북한은 한국에 북-미 대화에 중개자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선물을 준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과 대화해 크게 얻을 것은 없지만 미국과 대화하면 얻을 것이 많다. 트럼프와 마주 보고 한 테이블에서 대화한다는 것만으로도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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