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만리방화벽’ 넘은 트럼프 ‘폭풍트윗’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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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시아 순방]검열 피하려 특수장비 美서 가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중국에서 올린 트위터 글. 자금성 관람 사진과 함께 ‘아름다운 중국 고맙다!’는 글이 적혀 있다.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중국에서 올린 트위터 글. 자금성 관람 사진과 함께 ‘아름다운 중국 고맙다!’는 글이 적혀 있다.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중국은 ‘만리방화벽’(인터넷 검열 체계)을 통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미국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을 원천 봉쇄하는 나라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기간에도 평소처럼 여러 개의 트윗을 올려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후∼9일 밤 중국 측 환대에 대한 감사 표시부터 당선 1년 자축 메시지까지 6건의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상시처럼 트위터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가져간 ‘특수 장비’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8일 베이징으로 향하는 기내 브리핑에서 “비행기 안에 (중국에서도 트위터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gear)’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황제 의전’의 일환으로 이 같은 변칙 트위터 사용을 막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바깥 세계와 연락을 주고받는 데 거리낌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발(發) 트윗의 작성 방법은 평소와 달랐다. 평소엔 트위터에 글을 쓸 때 개인 스마트폰을 사용했지만 중국에서는 주로 데스크톱 컴퓨터를 썼다고 BBC가 9일 보도했다. 6건 중 3건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웹브라우저를 이용해 작성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나머지 3건 중 1건은 아이폰으로 작성됐다고 BBC는 전했다.

스마트폰을 덜 사용한 것은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미국 고위 공직자들은 보안 문제 때문에 중국에서 개인 휴대전화 사용을 기피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백악관 인사들도 개인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않았다며, 대신 임시 휴대전화인 일명 ‘버너폰(burner phone·사용 후 태운다는 뜻)’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하루도 트위터 사용을 거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습관 때문에 우리 정부도 적지 않게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방한 기간 중 어떤 내용의 트윗을 올리느냐에 따라 방한의 성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청와대 경내 산책을 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께서 트위터에 어떤 내용을 올릴지 궁금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웃으면서 “잘 알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떠나기 전 트위터에 ‘THANK YOU SOUTH KOREA’라는 자막을 담은 감사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7일 청와대 정문에서 열린 전통 의장대의 사열식으로 시작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보지 못했던 전통 의장대의 호위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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