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수 첫 실형… 리더십 부재로 투자-인사 올스톱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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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심 5년 선고]삼성그룹 경영 어떻게

삼성그룹 역사상 오너와 그룹 전현직 수뇌부 모두 부재인 최악의 상황이 왔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지난해 이미 해체된 데 이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은 사실상의 삼성그룹 총수로 삼성그룹 79년 역사에서 총수 실형은 처음이다. 불구속 상태였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까지 함께 법정 구속됐다. 당분간 삼성그룹은 운전대를 잡을 컨트롤타워가 없어 경영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 직후 구속된 탓에 삼성은 아직까지 이를 대체할 시스템이나 조직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동안 미래전략실에서 해왔던 그룹 전반의 인사와 감사, 사업 전략 등의 업무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대체할지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의 최대 위기였던 2008년 4월 삼성특검 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 등 10명이 기소됐지만 불구속이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삼성전자 대표이사직 퇴임을 비롯해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담은 그룹 경영쇄신안을 직접 발표했다.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역할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에게 맡겼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헤드쿼터에 대한 대안과 대리인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현재 구축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반도체 호황은 당분간 몇 년은 더 이어진다고 하지만 안정된 포트폴리오만으로 지속하긴 어렵다.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해 오던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의 ‘뉴 삼성’도 멈춰선 상태다. 삼성전자는 2015년 3건, 지난해 6건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이어왔지만 지난해 말 이후 현재까지는 사실상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은 현재 실적이라도 좋지만 당장의 장사마저 위태로운 금융 및 중공업 등 비(非)전자 계열사들은 고민이 더 크다.

이 부회장은 2015년 5월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물려받아 맡고 있는데 대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유지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오른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의 경우 유지하는 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해외 주주를 포함한 주주들이 반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2008년 삼성특검 당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일제히 공식 성명을 냈던 경제 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공식 입장 발표는 자제하고 일부 관계자가 대신 개별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아직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이 부회장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고 국가 발전에 헌신한 부분들도 있는데 안타깝게 됐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삼성이 쌓아온 브랜드 가치 하락과 투자 및 신규 채용 등 주요 사업계획 차질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은택 기자
#삼성#이재용#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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