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관리부터 명품까지… ‘나’를 위해선 지갑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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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아재’에 빠진 대한민국

여성들만 피부 관리를 받는다는 건 편견이다. 중년 남성들이 남성 전용 피부 클리닉에서 관리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여성들만 피부 관리를 받는다는 건 편견이다. 중년 남성들이 남성 전용 피부 클리닉에서 관리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너의 지갑에 들어있는 돈 액수만큼 비싼 옷을 사라. 옷은 인격을 대표한다.”(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에 나오는 대사)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스위니토드’ 등을 제작한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48)는 공연계에서 ‘아재파탈’로 불린다. 매달 두 번씩 피부 관리를 받고, 한 달에 한 번 서울 강남구 청담동 헤어숍에서 머리를 한다. 비즈니스 정장부터 캐주얼 의류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하는 그는 백화점, 인기 명품 브랜드들이 모인 멀티숍, 동대문 등을 두루 이용하며 의류를 구입한다. 수년째 177cm에 68kg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8년 전부터 일주일에 2, 3회씩 퍼스널 트레이닝(PT)도 받고 있다. 그는 “일과 자기 관리 모두 잘 해내는 삶이야말로 멋진 게 아니냐”며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자기 관리를 통해 행복함과 자신감을 느끼는 중년 남성들이 주변에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아재파탈은 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남성 그루밍(grooming·외모 다듬기) 시장의 판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패션 뷰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아재


신세계백화점 남성 전문관 멘즈살롱 내 멀티숍 브랜드인 ‘분더샵’.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 남성 전문관 멘즈살롱 내 멀티숍 브랜드인 ‘분더샵’. 신세계백화점 제공
KB국민카드가 올 상반기(1∼6월) 패션·뷰티 업종 23개 항목에 대한 연령별 카드 사용액을 조사한 결과 40대 남성 사용자가 전체 남성 사용액 19조8910억여 원 중 5조7783억 원(29%)을 사용해 가장 많은 이용 실적을 보였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2011년도에 비해 40대 남성들의 패션·뷰티 업종 카드 사용액은 81.42%, 50대 남성은 53.7%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도 40, 50대 중년 남성은 큰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전체 남성 구매자 가운데 40,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6%에서 올해 1분기 41%까지 올라섰다. 또 40, 50대 남성 구매자의 거래액도 39% 올랐다.

특히 이 연령대의 거래액이 크게 증가한 항목은 △브랜드 잡화(82%) △수입 명품(51%) △화장품·향수(50%)의 순이었다. 백화점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 상반기 40, 50대 남성 고객의 의류 매출 신장률은 8%로, 전체 남성 의류 매출 신장률(4.1%)의 2배였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과 명품 브랜드들은 중년 남성들을 타깃으로 한 남성 매장을 늘려 나가는 추세다. 명품 브랜드 펜디와 루이뷔통은 다음 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멘즈살롱’에 남성 전용 매장을 처음으로 연다. 복수의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은 “20, 30대 남성보다는 경제력이 있는 40, 50대 남성들이 비싼 명품의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계, ‘아재의 마음을 훔쳐라’


40, 50대 중년층에게 친숙한 ‘아재 스타’들은 게임, 패스트푸드, 라면, 화장품 등 다양한 업종의 모델을 접수한 상태다. 아재파탈의 대명사로 꼽히는 배우 조진웅(40)은 당대 최고 인기 스타들이 주로 활약해온 이동통신사와 자동차 모델을 맡았다. 귀여운 중년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마동석(45)도 배달앱 광고 등에 픽업됐다. 또 철저한 자기 관리로 20, 30대 스타 못지않은 동안 외모를 자랑하는 배우 차승원(46) 이병헌(46) 장동건(44) 하정우(38)도 게임 광고 모델을 꿰찼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이자 배우인 김상중(51)은 롯데리아, 배우 이정재(44)는 버거킹, 황정민(46)은 진짬뽕 광고 모델로 활약 중이다. 이정재의 버거킹 광고 제작을 총괄한 제일기획 이채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아재 모델은 경제력이 있는 40, 50대 동년배의 공감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에게도 쿨하고 멋있는 이미지로 어필해 세대를 뛰어넘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년 남성들이 아저씨를 거부하며 아재파탈로 거듭나 소비 시장의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된 배경은 뭘까. 남궁설 신한트렌드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4050세대들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기보다는 2030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따라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경제력이 있고 문화를 아는 4050세대들이 소비 시장을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그루밍족#아재파탈#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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