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힘빠지자 中-日 ‘전략적 포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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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 정세 출렁/中-日 밀착과 한국]
中 정상회담 수용 ‘맹주 굳히기’
日 고립 탈피… 한국에 회담 압박, 회담 합의문 해석 등 신경전은 여전

일본에 강경 대응을 고수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일 정상회담을 사실상 수용한 것은 아시아 맹주로서의 지위를 굳히기 위한 복합적인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베이징(北京)에서 중일 정상회담 협의를 위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발전에 대한 일본의 평가’를 요구했다.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에 등극한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 일본이 맞설 것인지 아니면 협조할 것인지 선택을 하라는 의미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중간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일본 등 동맹국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는데 시 주석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역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의 영토분쟁 존재를 사실상 인정하면서까지 중국에 접근하려는 것은 아시아 지역의 세력균형 변화에 따른 ‘보험’ 성격이 짙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보수 우파를 중심으로 유사시 미국이 과연 일본을 돕겠느냐는 회의감이 적지 않았다. 일본은 또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국 안에서 ‘외교 고립’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꽉 막힌 한일 정상회담도 자연히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 여론도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한다. ‘일석삼조(一石三鳥)’인 셈이다.

경제적 위기감도 양국 접근의 요인이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1∼8월 일본의 대중국 직접투자액은 31억6000만 달러(약 3조4444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3%나 줄었다. 아베노믹스가 주춤해진 일본으로서도 중국 시장 재공략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양국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양국은 정상회담에 앞서 7일 4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 전쟁을 벌였다. 일본어판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 역사 인식과 관련해 ‘약간의 인식의 일치를 봤다’고 발표했으나 중국어판은 ‘약간’을 ‘이셰(一些)’로 표현했다. 일본 언론은 ‘이셰’는 ‘몇 가지’라는 의미로 보다 적극적 표현이라고 전했다. 센카쿠 열도와 관련해서도 일본어판은 ‘최근 조성된 긴장 상태에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중국어판은 ‘견해’를 ‘주장’으로 표현했다.

아베 총리는 7일 한 TV에 출연해 센카쿠 열도에 대한 양국의 다른 견해는 영유권이 아니라 ‘긴장 상태’라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도 “(합의문의) 정치적 장애라는 표현은 개별 문제를 포함한 게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은 아베 총리가 입국한 9일에도 정상회담 일정을 최종 확정해주지 않고 일본의 애를 태웠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오바마#중일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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