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甲’ 사실상 해체… 부처 자체개혁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朴대통령 대국민 사과/국가개조 방안]1.정부조직 개편
안행부, 안전-人事 빼앗겨 ‘무장해제’… 동요하는 관료사회의 지지 유도
해수부, VTS업무 안전처 이관… 해양산업 육성 등으로 업무 국한

《 “세월호 사고에서 해양경찰청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공식 사과한 뒤 곧바로 해경 해체를 선언했다. 다양한 대책 가운데 첫 번째 카드로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관재(官災) 논란을 빚은 부처들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 작업은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이 주도했다. 유 수석은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맡았다. 유 수석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최대한 빨리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관료들의 집단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 공중분해된 해경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초동대처를 제대로 못해 ‘골든타임’을 날려버린 해경은 직격탄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그 원인을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하고 수사와 외형적 성장에 집중해 온 구조적 문제가 지속돼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로써 1953년 내무부 치안국 소속으로 출발해 1996년 경찰청에서 분리된 해경은 18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해경의 수사·정보 기능은 다시 경찰청으로 편입되고 해양구조와 해양경비 업무는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이관된다.

○ 껍데기만 남은 안전행정부

공직사회는 해경 해체보다 안행부의 기능 조정에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안행부의 핵심 기능인 인사와 조직 업무를 신설될 총리 산하 행정혁신처로 이관토록 했기 때문이다. 안전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통합돼 안행부에는 행정자치 업무만 남게 됐다. 이에 따라 안행부는 이름도 바꿔야 한다. 안행부 역시 사실상 해체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안행부의 현행 6개 실·본부는 3개로 줄어든다. 어느 부처나 있는 기획조정실을 빼면 안행부 고유의 업무는 지방행정실과 지방재정세제실 등 2곳뿐이다.

공직사회의 ‘갑(甲)’으로 통하던 안행부의 해체는 정부 부처에 두 가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전체 부처를 개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행부 해체를 본보기로 삼아 각 부처가 자체 개혁에 나서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안행부의 기득권을 빼앗음으로써 동요하는 관료사회의 지지를 끌어내려고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해수부 기능도 축소

해양수산부 역시 기능이 대폭 축소된다. 해수부의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통합된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시 해수부 관할의 제주 VTS와 해경 관할의 진도 VTS가 이원화돼 신속한 초동대처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럴 경우 해수부의 남은 업무는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 진흥 등으로 국한된다.

안행부와 해수부에서 잘려 나온 기능은 총리 산하 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처와 공공기관 인사와 조직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혁신처로 옮겨 간다.

문제는 조직개편이 관료들의 자리 이동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안행부의 인사담당자들이 그대로 행정혁신처로 옮겨간다면 조직개편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민간의 채용을 대폭 확대해 관료사회의 행정고시 기수 문화를 깨뜨리고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재명 egija@donga.com·신광영 기자
#해수부#해경#안전행정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