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임경빈군 영결식… 아빠가 말하는 ‘빈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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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애끊는 가족들]
“함께 게임하던 친구같은 아들… 너와 보낸 1분1초가 그립구나”

22일 경기 수원시 연화장에서 임경빈 군의 가족이 영정 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수원=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2일 경기 수원시 연화장에서 임경빈 군의 가족이 영정 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수원=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아들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듯했다. 마지막으로 만져 본 아들의 몸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래도 잠시 보듬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아빠, 나 깼어”라고 말하며 일어날 것만 같았다. 입관하기 전 아들의 뺨을 어루만지던 아버지 임모 씨(47·회사원)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성격 급한 것까지 아빠를 닮았어. 구조대를 못 기다리고 그냥 물에 뛰어들었다니…. 조금만 더 버티지, 조금만 더 헤엄치며 기다리지….”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일주일째인 22일 오전 7시 반 경기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 이날 임경빈 군(17)의 발인이 진행됐다. 아버지의 눈은 충혈됐고 볼은 움푹 파여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들을 보내야 할 때’였다. 친척들이 주위에서 “가지 말라”며 울부짖었지만 아버지는 담담히 화장을 하는 수원시 연화장으로 향했다. 취재진이 임 군의 아버지를 만난 건 발인 하루 전인 21일 오전 11시경. 그는 아들이 다니던 단원고를 맴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2학년 임경빈 아빠”라고 짧게 소개하며 입을 열었다.

그가 아들과 나눴던 추억 가운데 으뜸으로 꼽은 것은 게임 ‘스타크래프트’. 일 때문에 경기 의정부시에서 살던 7년 전, 아버지는 아들에게 처음으로 이 게임을 알려줬다. “주말엔 아이와 항상 스타크래프트를 했다. 게임방 이름은 ‘경빈1234’였다. 아들이 게임에 빠져 있을 때 혼낸 것도 지금은 추억이 돼 버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때 게임이나 실컷 하라고 할걸….”

임 씨는 임 군 아래 여섯 살 터울의 딸이 있다. 딸이 태어난 뒤 아들에게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과 그렇게 거리가 멀어진 것을 아쉬워했다. “친구를 무척 좋아하던 아이였다. 동네 친구 중에 김밥집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도 이번 사고로 못 돌아왔어. 하늘나라에서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으려나….”

아버지는 5월로 예정돼 있던 아들의 학교 운동회 얘기도 했다. 임 군은 아버지에게 “올해 예선전에서 모두 탈락해 운동회가 재미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럼 아빠는 안 가도 되겠네’ 하며 웃어넘긴 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먹고사는 게 바빠 아이의 운동회는 딱 한 번 가본 게 전부였기 때문. 아들은 어쩌면 잠시라도 아버지와 함께할 시간을 바란 건 아닌지 아쉽기만 했다. “자식과 보내는 1분 1초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걸 이제야 알겠다. 돈 버느라 미뤘던 그 시간들이 나중엔 전부 후회로 남아 나를 괴롭힐 수 있다는 걸….”

아버지는 아이를 납골당에 안치한 뒤 “아이 방을 청소해야겠다”고 말했다. 아내는 “왜 그렇게 빨리 해? 우리 애를 그렇게 빨리 보내고 싶으냐”며 말렸다. 당분간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그대로 두자는 거였다. 하지만 임 씨는 “아내가 혼자 치우면 또 얼마나 많이 울겠느냐. 차라리 내가 먼저 치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임 씨는 아들을 보낸 직후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곤 “아들이 부모 속을 썩이더라도 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 지금 당장 어떻게 살지 막막하지만, 다시 시작해야지”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먼저 간 아들의 빈자리는 그렇게 커 보였다.

안산=홍정수 hong@donga.com·김수연 기자
#세월호 침몰#단원고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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