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기업, 이미지 높이려면 마케팅費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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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50’ 발표하는 인터브랜드 헤일스 부회장

그레이엄 헤일스 인터브랜드 부회장은 “외부 평가에 민감하고 경쟁의식이 치열한 한국 기업의 특성이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브랜드 제공
그레이엄 헤일스 인터브랜드 부회장은 “외부 평가에 민감하고 경쟁의식이 치열한 한국 기업의 특성이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브랜드 제공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와 애플 구글 BMW 같은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의 본사 최고마케팅책임자(CMO) 그레이엄 헤일스 부회장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과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독일의 자동차 기업은 ‘브랜드 가치 올리기’란 경기를 시작한 시점이 완전히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과 독일 자동차 기업은 소비자들이 이름만으로도 전통과 특별함을 떠올리고,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야깃거리가 넘친다”며 “이 정도 수준에 오르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한국 기업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단기간에 브랜드 가치를 크게 끌어 올리며 프리미엄 브랜드 단계로 진입하고 있지만 아직 후발주자이며 갈 길이 많다는 진단이다.

그는 “평범한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으로 순위가 올라간 기업들은 높은 마케팅 비용에 문제의식을 가진다”며 “이런 고민을 하기 전 ‘우리 회사 브랜드가 정말 사람들이 선망하는 경지까지 올라갔느냐’ 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들이 최근 실적 악화와 시장 정체 등을 이유로 마케팅 비용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것이다.

헤일스 부회장은 “한때 한국 기업들은 ‘편견’과 싸워야 할 정도로 인식이 나빴지만, 이제는 회사 이미지를 얼마나 더 고급스럽게 만들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단계까지 올라 왔다”며 “이렇게 성장한 이유는 결국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데도 적극 투자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기업의 브랜드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었던 고비용 마케팅을 문제점으로만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불필요한 비용이 들어갔는지 점검하는 작업은 의미 있지만, 일단 비용부터 줄이고 보겠다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일스 부회장은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글로벌기업 브랜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해 왔다.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20일 예정된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2014’ 발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인터브랜드는 ‘세계 100대 브랜드’를 선정할 때 사용하는 평가 모델을 이용해 한국의 50대 브랜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터브랜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브랜드 평가를 실시해 30대 브랜드를 선정했고, 올해는 50대 브랜드로 선정 대상을 늘렸다.

헤일스 부회장은 “적극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브랜드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세계 100대 브랜드’(2013년 기준 삼성전자 8위, 현대차 43위, 기아차 83위)에 들어가는 기업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의 엠블럼을 제작하는 업무도 담당했다. 소치 겨울올림픽 엠블럼은 역대 올림픽 엠블럼 중 가장 디지털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소치 겨울올림픽 엠블럼은 도시(Sochi) 이름 뒤에 인터넷 주소를 연상시키는 ‘.ru’를 붙인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심플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공간에서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인터브랜드#헤일스#그레이엄 헤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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