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IT 융합한 한국형 ‘스마트 호스피털’은 최고의 수출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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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의료 수출]<중>세계가 부러워하는 토털 시스템

우리들병원 의료진이 외국인 의사들을 대상으로 허리척추질환 시술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일주일 단기 연수 또는 6개월, 1년 장기 연수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우리들병원 제공
우리들병원 의료진이 외국인 의사들을 대상으로 허리척추질환 시술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일주일 단기 연수 또는 6개월, 1년 장기 연수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우리들병원 제공
이달 3일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인민 제6병원. 총 2000여 베드의 대형 병원 로비는 수많은 환자, 보호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마치 재래시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부분 진료 접수나 의료비를 내기 위해서다.

이와 달리 국내 대형 병원은 환자들이 셀프로 환자 등록을 하거나 의료비용을 내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심지어 은행에서처럼 번호판 사용도 흔히 본다. 시간이 절약될 뿐만 아니라 병원 로비가 번잡할 필요가 없다. 홍민철 한국의료수출협회 사무총장은 “중국 병원이 한국형 스마트 호스피털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복잡한 풍경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국 의료 시스템 수출은 의료기관이 현지로 진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직접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면서 한국 의료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아직 의료 시스템 수출의 명확한 개념은 없지만 의료서비스 제공을 근간으로 하면서 연관 산업인 의료인 교육 제공, 의료전산시스템 제공, 병원 설립 운영 진료, 컨설팅 등을 조합한 개념이다.

○ 지속 가능한 수요 창출을 일으키자

의료 시스템 수출은 병원 건설, 의료기기 의약품 등의 의료제조산업(하드웨어) 수출에 비해 지속가능한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유리한 의료수출이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정부가 앞장서서 의료 시스템 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는 9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 국가에 한국 의료 시스템을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엔 의료인 연수, 사우디 공공보건의료 관리를 위한 정보기술(IT) 시스템, 연구개발(R&D) 기술이전과 공공병원 위탁경영까지 포함된다. 일종의 토털 의료 시스템 수출인 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배좌섭 글로벌지원팀장은 “사우디에 대한 시스템 수출 영향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오만, 리비아 등 인근 국가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유사 모델의 수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사우디 정부와 대규모 협력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10일 주최한 의료시스템 해외 진출 활성화 포럼에서 관련단체와 전문가들이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한국의료수출협회 제공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10일 주최한 의료시스템 해외 진출 활성화 포럼에서 관련단체와 전문가들이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한국의료수출협회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도 2011년 11월부터 2년간 추진한 ‘베트남 건강보험제도 구축 역량 강화 사업’에 대한 최종 보고회를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했다. 베트남 정부가 전 국민 건강보험을 보다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우리의 건강보험제도 운영 시스템을 수출하기 위한 자리였다.

○ 민간병원에서도 시스템 수출 속속 선보여

“한국의 이비인후과병원 진료 시스템을 꼼꼼히 배워 몽골 환자들도 선진화된 진료를 받도록 하겠다.”

지난달 28일 몽골 최대 규모의 이비인후과병원인 EMJJ병원이 국내 하나이비인후과병원과 진료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밝힌 말이다.

이번 협약으로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은 의료인력 교육 노하우와 병원 진료 시스템을 몽골에 전수하게 된다. 또 몽골 병원 측은 자국에서 치료하기 힘든 수술환자를 하나이비인후과병원에 소개 및 의뢰하는 등 상호 긴밀한 협력체계도 맺기로 했다. 우리들병원도 시스템 수출의 대표적인 병원이다. 중국 상하이 우리들병원을 시작으로 UAE, 두바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터키, 이스탄불 등에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기술 등을 수출했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은 “일체의 자본금 투자 없이 의료기술 및 의료 시스템 등 무형의 자산만으로 진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면서 “우리가 가진 최첨단 의술과 국내 선진 IT가 융합된 디지털 병원 수출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서울대병원이 중국 연길시중의병원 건강검진센터를, 고대의료원이 몽골 IMC국제병원을, 세브란스가 중국 이싱세브란스VIP검진센터의 병원 설립 기획에서 운영까지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의 수출을 진행했다.

○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에서도 관심

시스템 수출에 있어서는 의료기관이 꼭 병원 수출의 주체가 될 필요는 없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세계적인 의료 수출 전문기업 오스트리아 바메드. 이 회사는 주식회사로 의료기관과 건설회사, 의료기기회사, 컨설팅회사 등을 거느린 메디컬 그룹이다.

지난해 매출이 1조27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해외매출이 62%를 넘었다. 직원 수만 4430명. 지난 20년간 전 세계 70여 개국 600여 개 병원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물론 우리나라가 투자개방형 병원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 일반 기업이 병원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소유와 별개로 수출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종합상사 사업구조가 그렇다. 삼성물산, LS네트웍스 등이 국내 의료기관과 컨소시엄으로 의료 수출을 적극 모색 중이다.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건설사도 부가가치 높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단지 건설에 나서고 있다. 홍 사무총장은 “우리도 바메드, 싱가포르 래플스, 캐나다 인터헬스 등 세계적인 의료수출 전문기업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진 KMH(코리아메디컬홀딩스)가 G2G 의료 수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다”면서 “이제 민간기업 차원에서도 의료 수출 전문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하이=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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