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신나는 진로]“다른 사람 꾸며주는 직업? 나의 내면 가꿔야 하는 직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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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분야 진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강원생활과학고 3학년 김은성 양(가운데)은 서용선 나비인헤어뉴스 대표(왼쪽)와 우주희 부원장(오른쪽)을 최근 만나 진로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강원생활과학고 3학년 김은성 양(가운데)은 서용선 나비인헤어뉴스 대표(왼쪽)와 우주희 부원장(오른쪽)을 최근 만나 진로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 ‘꿈틀꿈틀 신나는 진로’가 일곱 번째로 탐색한 진로는 메이크업 분야. 이 분야는 최근 뷰티산업 규모가 커지고 한류열풍에 따라 한국 미용기술과 트렌드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망이 밝다.

제48회 전국기능경기대회 피부미용 분야에서 금메달을 받은 강원 홍천 강원생활과학고 3학년 김은성 양이 ‘꿈틀꿈틀 신나는 진로’의 도움으로 메이크업 분야 전문가인 서용선 나비인헤어뉴스 대표와 우주희 부원장을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나비인헤어뉴스에서 만났다. 서울시내 웨딩홀과 메이크업 숍 등에서 20여 년간 메이크업을 담당해온 서 대표는 현재 한국메이크업협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우 부원장은 서 대표와 함께 10여 년간 웨딩메이크업 분야에서 일해 온 전문가다. 》

진로 고민? 현장에서 부딪쳐라

“대부분의 결혼식이 주말에 있기 때문에 웨딩메이크업을 하는 사람들은 주말에 쉬질 못해요. 날씨 좋은 봄과 가을, 주말, 공휴일에 가족과 여행을 가본 적도 손에 꼽힐 만큼 적죠. 웨딩메이크업 아티스트라면서도 정작 친구, 가족의 결혼식엔 참석하지 못한 적도 많았어요.”(서 대표)

서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메이크업 아티스트란 직업은 그리 화려하지 않은 것만 같다. 메이크업 작업을 하다 다리가 아파 시계를 봤더니 3∼4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서 대표가 꾸준히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건 단지 자신의 메이크업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나는 누군가를 예쁘게 꾸며주는 소중한 일을 한다’는 자부심 덕분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은 이런 자부심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오로지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금방 일에 지치고 다른 직장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메이크업 분야 진로를 희망한다면 초기에 한곳에서 꼭 3년 이상 일을 해볼 것을 권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많은 고객의 얼굴을 만지는 직업”이라며 “고객의 깊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예절, 서비스를 체득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미용의 또 다른 분야인 헤어 분야의 경우는 메이크업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할 곳이 많아 이직이 자유로운 반면 뷰티, 무대, 특수분장으로 나뉘는 메이크업 분야는 분야 간 스타일이 달라 이직이 제한적이다. 메이크업 분야 중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서라도 최소 3년은 현장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 짧은 해외연수는 도움될 수도

서 대표와 우 부원장은 김 양에게 고교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바로 일해 볼 것을 권했다. 현장 경력을 중시하는 이 분야의 특성상 먼저 취업을 해 경력을 쌓은 뒤 진학해도 늦지 않다는 것. 이론을 무작정 머릿속에 넣는 것보다는 현장 경험을 쌓은 뒤 공부하면 이론과 현실의 접점을 찾을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인 공부가 가능해진다는 조언이었다.

외국에서 짧은 연수를 받는 것도 세계적인 메이크업 트렌드를 이해하고 그 기술을 국내에서 활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 볼 만하다. 서 대표는 “요즘엔 국내에서도 외국인 모델뿐 아니라 외국인 신랑, 신부의 화장을 하게 될 기회가 많다”면서 “외국인은 눈 크기, 피부 톤, 피부 두께가 한국인과 매우 다르므로 외국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인을 꾸며라!

“대표님이 말씀하신 대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하루에도 수많은 고객의 얼굴을 만지며 사람을 대하는 직업입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공부해야 사람을 대하는 데 익숙해질 수 있을까요?”(김 양)

김 양의 질문에 서 대표는 먼저 ‘사회 다방면에 대한 관심’을 꼽았다. 고객과 오랜 시간 상대하는 일이 불가피한 직업인 만큼 고객과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으려면 사회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 서 대표와 우 부원장은 “잡지책, 교양서적 가릴 것 없이 책을 많이 읽고 TV도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 대표는 “TV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을 볼 때도 화면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화장법을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요즘엔 특정 연예인을 꼽아 똑같은 화장법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실제 웨딩 사진, 드라마 속 결혼식 장면은 반드시 챙겨봐야 한다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자기 자신을 가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내·외적으로 자신을 꾸밀 줄 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고객이 믿고 신뢰할 수 있죠.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본인이 가진 장점을 찾아 꾸며보세요.”(서 대표)

“‘화려하다’는 선입견 버릴 때 진짜 프로가 된다” ▼
전문가들이 밝히는 ‘메이크업’ 분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크업 분야 전문가들은 이 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볼까.

서용선 나비인헤어뉴스 대표, 선덕 S休 뷰티샵 원장, 채성은 뷰티하우스 스타일 BY CHAE 원장, 천지연 서정대 교수, 황방훈 쌩크드보떼 원장 등 5인의 메이크업 전문가에게 이 분야의 비전을 물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천지연 교수는 “사람을 아름답게 가꾸어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보람된 직업이다. 사람들이 자신감을 갖는 것을 보면 정신을 치유해 주는 느낌이 든다”라며 자신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평생직업으로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황방훈 원장은 “전지 사이즈의 종이를 벽에 붙여 놓고 수많은 점을 찍어 연습하기도 했다”면서 “화장할 때 미세한 손 떨림을 방지하려고 젓가락질을 항상 왼손으로만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엔 메이크업을 배우러 프랑스 미국 일본으로 가기도 했지만 요즘엔 한류열풍 등의 영향으로 동남아에서 메이크업을 배우러 한국으로 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 뷰티산업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이들은 “한국 메이크업 산업이 극복해 나가야 할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용선 대표는 “미용 분야 중 메이크업 분야만 제도화된 국가자격증이 없어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성은 원장은 “국내 메이크업 분야의 기술은 매우 높은 수준인데 국가자격증이 따로 없어 대부분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헤어 미용을 따로 배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메이크업 분야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메이크업 업계의 관행을 탈피해야 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선덕 원장은 “연예인 따라잡기 식의 상업적인 화장법을 넘어서 메이크업의 창작영역이 넓어져야 한다”면서 “청소년들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지나치게 화려한 직업으로만 생각하는 바람에 꼭 거쳐야 하는 기초교육 과정이나 메이크업 보조 일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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