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안]‘시간제 정규직’ 뽑는 기업에 1명당 750만원 세액공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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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창출에 초점맞춘 기업세제

2013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기업 관련 세제는 고용을 늘리고 세수(稅收) 기반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한편 관련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에 나선 것이다.

반면 기업 관련 세제 혜택 축소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이 1조4000억 원가량 늘어나 경제성장의 동력이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상용형 시간제 근로자’ 채용에 세액공제

정부는 단기간에 고용을 크게 늘리려면 근무시간을 줄이고 복지 혜택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용형 시간제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신규 채용을 늘리는 기업에 세금을 깎아줄 때(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시간제로 일하는 정규직인 ‘상용형(常用形) 시간제 근로자’를 0.75명으로 계산하기로 했다. 지금은 상시 근로자 1명 채용 시 1000만 원을 세액공제하고, 시간제 근로자는 0.5명으로 계산해 500만 원만 세액에서 빼주고 있다. 상용형 시간제 근로자는 시간제 근로자와 상시 근로자의 입지가 반반씩 섞인 거라 1명 채용 시 75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

현재 기업이 마이스터고 졸업자를 상시 근로자로 뽑으면 1인당 20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는다. 내년부터는 상시 근로자가 아닌 상용형 시간제 근로자로 채용해도 세금 15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또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인당 세금 100만 원을 공제받게 된다. 세제 지원 대상은 올해 6월 30일 현재 비정규직인 직원이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내년 말까지만 유지하고 그 이후에는 폐지하기로 했다. 1년 동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 10만 원 이상 거래 때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현금영수증 가맹사업자가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행해야 하는 기준 금액이 현행 ‘30만 원 이상’에서 내년 1월부터 ‘10만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다. 국세청 전산망에 포착되는 현금 거래가 그만큼 늘어나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기반이 넓어지는 것이다.

기업의 해외법인에서 세금을 탈루하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 해외 직접투자를 한 기업이나 개인이 세금을 신고할 때 기업과 관련한 ‘손실거래명세서’를 당국에 제출하도록 했다. 지금은 기업이 현지 법인의 전반적인 재무상황 정도를 알 수 있는 명세서만 내고 있어 해외법인을 이용한 개별적인 거래명세를 파악할 수 없었다. 정부가 손실거래명세서를 기업에서 받게 되면 해외법인에서 손실이 난 것처럼 위장해 국내 본사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농협 등이 운영하는 알뜰주유소에 소득세와 법인세를 20% 감면해주는 혜택은 올해 말로 종료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알뜰주유소의 기름 가격이 다소 오를 수 있다.

개정안에는 국정과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원(稅源) 확보 방안도 다수 포함됐다. 그동안 과세를 하지 않던 목사, 스님 등 종교인을 비롯해 연소득 10억 원 이상 농업인이 처음 과세대상에 포함됐다. 또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한도를 새로 설정해 식당 등 자영업자들의 부가가치세 탈루를 막고, 신용카드 공제율도 기존 15%에서 10%로 축소하기로 했다. 부가세를 물지 않던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과 피부시술이 모두 과세 대상에 들어가 관련 의료비가 10% 안팎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대기업 투자세액공제 대폭 인하

정부는 올해 말까지 기업이 의약품품질관리시설, 환경보전시설, 에너지절약시설, 연구개발시설 등에 투자할 때 투자금의 7∼10%를 세액에서 빼주고 있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공제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주로 혜택을 받았다. 실제 대기업은 에너지절약시설 관련 세액공제액의 97%를 정부에서 지원받았고, 연구개발설비 관련 공제액의 95%를 받았다.

내년 투자분부터 정부는 대기업(자산규모 5조 원 이상)에는 3%, 중견기업(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이고 자본금 80억 원 초과)에는 4%, 중소기업(상시 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원 이하)에는 5%의 공제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의약품품질관리시설 등이 대부분 법적으로 설치가 의무화돼 있어 세제 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투자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미약하다”고 제도를 축소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는 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면서 세금 혜택을 줄이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세수를 늘려 재정 건전성을 높여야 하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대기업에 지원돼온 세제 혜택을 갑자기 줄이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장원재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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