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1시 양측대표 명단 교환뒤 분위기 급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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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북당국회담 무산]세차례 협의도 평행선… 北 오후7시 무산통보
■ 기대와 실망 오간 하루
“北, EU국가들과 대화하면서 격이 안맞다며 거부한적 없어”

11일 오전까지만 해도 통일부는 1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당국회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9, 10일 판문점 접촉에서 북한과 합의하지 못한 수석대표의 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회담에 참여할 남북 대표단 명단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북한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내보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만큼 ‘장관급’ 회담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할 권한을 가진 당국자”로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내보내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통일부는 “행사성이 아닌 실질적 회담에 주력할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차분하고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6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 당국회담인 만큼 내부적으로는 많이 들뜬 분위기였다.

류 장관은 수석대표로 나서지 않지만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회담 준비를 위해 최근 며칠간 귀가하지 않고 통일부 청사 집무실과 남북회담본부를 오가며 회담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명단 교환이 순조로우면 실제 회담 상황을 가정한 회담 시뮬레이션도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그랜드힐튼호텔엔 회담장과 회담 취재를 위한 프레스센터가 설치됐다. 회담 취재를 위해 통일부에 등록한 취재진이 무려 1500여 명에 이르렀다.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

그랜드힐튼호텔 측도 하루 종일 회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호텔 관계자는 이날 “10일 오후 9시에야 통일부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아 하루 만에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회담장으로 쓰일 공식 회의실은 본관 2층에 있는 연회장인 그랜드볼룸으로 확정돼 로비 등에 레드카펫을 까는 등 만반의 준비가 진행됐다. 그랜드볼룸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오후 1시경 남북 연락관이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사무실에서 양측 대표단 명단을 교환한 직후 분위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남측은 김남식 차관을 수석대표로 했고,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단장(수석대표)으로 내세웠다.

명단 교환 직후 북측은 “김 차관이 상(相)급인 강지영의 급에 맞지 않다”며 “류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울 것”을 요구했다. 이후 남북은 세 차례에 걸쳐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전화로 협의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류 장관과 통일부 핵심 당국자들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남북회담본부에서 판문점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남북 간 평행선이 계속되자 통일부 핵심 당국자들 사이에서 “하루 종일 협의했는데도 결론이 안 나는 건 부정적”이라며 회담 무산을 점치는 우려가 커졌다. 오후 5시경 정부 일각에서 “협상이 결렬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내 언론이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오후 7시경 “지금 상황은 네거티브한(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종 결과는 봐야 한다”면서도 12일 회담 무산에 대한 정부의 공식 견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끝내 “남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 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 회담 무산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 당국에 있다”고 판문점 연락전화를 통해 통보했다. 오후 7시 5분경이었다. 그 직후 북한은 판문점 연락관을 철수시켰다.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런 태도에 대해 “북한이 그동안 유럽연합(EU) 국가들과 회담할 때는 경우에 따라 북한의 부상과 상대국 국장, 국장과 상대국 과장과의 대화도 있었다. 북한이 ‘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화를 거부했던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완준·권오혁·염희진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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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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