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 인선]朴 오른팔 된 ‘本朴’… 박정희 청와대서도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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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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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본박(本朴)이 ‘월박(越朴)’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18일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내정된 허태열 전 의원이 2011년 말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본박’은 친박(친박근혜) 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연이 오래된 인사, ‘월박’은 새롭게 박 당선인 주변에 모이는 인사들을 뜻한다. 그의 예상대로 내각은 당선인과의 인연보다 전문성을 중시한 ‘월박’ 인사들이 주축을 이뤘지만, 당선인의 최측근 참모인 대통령비서실장만큼은 ‘본박’인 자신이 직접 맡게 됐다.

○ 행정 경험을 갖춘 친박 ‘맏형’

허 내정자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4년부터 대통령정무비서실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했지만 당시 퍼스트레이디이던 박 당선인과 직접적인 대면은 없었다고 한다.

내무 관료(행정고시 8회) 출신으로 충북도지사를 지낸 그는 2000년 16대 총선 때 부산 북-강서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기고 당선됐다. 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2006년 초 당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당선인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 경선 때는 경선의 두 축인 조직과 직능 분야를 김무성 전 의원과 허 내정자가 각각 총괄했다. 김 전 의원이 ‘좌장’ 스타일이라면 허 내정자는 ‘맏형’ 스타일이라는 게 친박 내부의 평가다. 이명박 정부 초기 친박 몫으로 최고위원을 맡아 소외돼 있던 후배들을 많이 챙겼다. 박 당선인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당내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도 주도적으로 세를 모았다.

그러나 19대 총선 공천 때 젊은 피가 필요하다는 지역 여론에 밀려 낙천했다. 낙천 직후엔 동생이 공천 청탁 대가로 5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18대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아 주도한 저축은행 피해 구조 특별법안은 경제 원칙에 맞지 않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지역주의, 색깔론 논란에도 자주 등장했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허 내정자의 과거 발언을 소개하면서 “대한민국에 인재가 이렇게도 없는지 국민은 궁금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박 당선인의 국민대통합 포기 선언”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논평에서 “국민대통합과는 한참 거리가 먼 인사”라고 비판했다.

○ 친정체제 구축

박 당선인이 취임 일주일 전에야 확정할 만큼 비서실장 인선은 굴곡이 많았다.

3선 중진 의원 출신의 허 내정자 임명은 “무게감 있는 정치인 출신이 임명돼야 국회, 언론과 소통이 가능하다”라는 친박 진영의 건의를 당선인이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내정자와의 균형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각각 65세, 64세인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 선임격인 비서실장은 다른 장관급 실장보다 나이가 많아야 업무처리에 지장이 없다는 것. 허 내정자는 김 실장보다 세 살 위다.

친박 핵심 관계자는 “허 내정자는 꼼꼼히 살림을 잘 챙기고 많은 이와 두루 잘 지내는 화합형 인사”라며 “중량감 있는 비서형 인사라는 평이 적당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내각과 청와대의 수장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이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박 당선인이 지역 탕평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염두에 둔 ‘친정체제 구축’에 방점을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 내정자는 “귀는 있는데 입은 없는 게 비서 아니냐”라며 말을 아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청와대 비서실#허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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