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터놓고 톡]<7>대형마트 주말 영업시간 규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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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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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골목상권 살려야” vs “물가 오르고 협력업체 타격”

《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월 2회 강제휴무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유통법 개정안이 올해 초 공포됐다. 이에 따라 전국 62개 지방자치단체는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정했고, 현재 전국 150여 개 대형마트들이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고 있다. 규제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무분별한 확장 때문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막연한 명분과 정치논리에 치우쳐 소비자의 불편만 키웠다고 맞선다.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일 및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각계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 “이래서 찬성한다”

대형마트 및 SSM 규제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대형 유통업체의 독과점이 가져올 폐해를 막기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집중 현상이 빚어지면 영세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들은 “유통업체들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협력업체들은 납품가격 인하 압박에 시달리게 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제한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대기업에 힘 쏠리면 공정 생태계 파괴된다”


규제 찬성 측 전문가들은 통계 수치만 봐도 대형 유통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유통시장을 개방한 1996년 이후 2009년까지 4인 이하의 영세 소매업체는 71만 개에서 57만 개로 19.2% 감소했다. 반면 종합소매업 매출 중 백화점과 대형마트, SSM 등 대형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2.3%에서 2009년 61%로 급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규제로 인해 신규 점포를 여는 것이 어려워지자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화 경쟁을 하고 있다”며 “유통업체의 구매력이 커지면 혁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제조업체들에 납품 단가를 인하하도록 압박하거나 각종 비용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경제 민주화’라는 시대의 흐름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영세 소매업의 폐업을 초래하고 중소 제조업에 대한 하도급 불공정거래로 이어진다”며 “이는 사회적 균형발전과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을 제한해 경제 민주화를 저해한다”고 말했다.

○ “경쟁 없는 시장에서 소비자 권리 축소된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과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불충분하거나 독과점적인 시장에서 소비자 권리는 축소된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이야기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본부장은 “대형 유통업체가 초기에는 강한 구매력과 대규모 유통망을 활용해 중소 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제품들을 판매할 수 있지만, 대형 유통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면 가격을 올리게 되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대형 유통매장과 SSM이 급증하면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싸게 구매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편리함을 얻은 것같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영업형태를 가진 기업이 상권을 독과점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교수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일부 품목의 가격만 인하하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하 폭이 큰 것처럼 느끼도록 해 과소비와 충동구매를 조장하고 있다”며 “전국 매장에 획일적인 쇼핑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지역 다양성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통업체의 매출과 이익은 늘어나는 반면 근로자들은 과도한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다”며 “근로자들의 복지 차원에서도 영업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쇼핑센터-백화점으로도 규제 확대해야”


이윤보 교수는 해외의 대형마트 규제 사례를 들어 “현재 대형마트 규제를 쇼핑센터와 백화점으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는 라파랭법을 통해 2만 명 이하의 인구가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300m² 이상인 점포에 대해 설립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6000m² 이상의 점포를 설립하거나 확장하는 경우엔 소매점 설립의 영향에 대해 조사보고서를 제출하거나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또한 노동법은 오후 10시 이후와 일요일에는 유통업체가 영업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대형마트가 지역 관계기관의 허가 없이는 일요일에 영업을 할 수 없고, 영업을 하더라도 6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일본은 대규모 소매점포 입지법을 통해 환경 보호의 명목으로 대형점포 입점을 규제하고 있고, 도시계획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별로 대형점포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이래서 반대한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일 지정 및 영업시간 제한에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쇼핑에 불편을 끼친다, 대형마트 파견직 근무자들의 고용을 감소시킨다, 마지막으로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는 효과는 별로 없는 반면 소비자와 대형마트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는 실질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 소비자 불편만… 골목상권 활성화 실익 없어

반대론자들은 특히 의무휴일 지정으로 인해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달라진 쇼핑 행태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과거 주부들이 매일매일 그날 찬거리를 사가지고 왔다면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늘고 근무시간이 길어지면서 매일 쇼핑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대신 주말에 대형마트에 들러 모든 것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조 교수는 “소비자들의 니즈(needs·필요)가 있어서 대형유통업체가 생겼는데 한번 바뀐 쇼핑 행태를 규제로 바꾸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휴일에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서 당장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주말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과 동네슈퍼를 이용하기보다 구매를 미루거나 쇼핑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창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자유로운 쇼핑 활동의 제약이 소비 위축을 초래해 내수(內需)경제에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규제가 중소 유통업체의 판매 증가로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휴일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자 법적으로 ‘쇼핑몰’로 등록돼 강제휴무를 할 필요가 없는 주변 마트나 백화점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늘어나며 온라인몰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교수는 “유통업계가 영업시간 규제와 의무휴일 지정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 판매 강화를 고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오픈마켓과 백화점, 홈쇼핑은 규제하지 않으면서 대형마트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 대형마트 고용 감소 및 협력업체 피해 예상

안승용 체인스토어협회 부회장은 “규제가 물류 시스템과 매장 내 운영 방식에 변화를 일으켜 전반적인 비용을 높이고, 이는 제품 판매가에 반영돼 결과적으로 물가상승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대형마트가 영업 부진을 겪으면 가격을 더 내릴 수 없을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작됐던 강제 휴무일 지정이 별다른 실익 없이 부작용만 불러올 것이라는 뜻이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의 고충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반대론자들은 당일 매입과 판매, 폐기를 원칙으로 하는 농수축산물 같은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협력업체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 부회장은 “선도(鮮度) 및 재고 관리가 중요한 농수축산물은 거래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영업시간 축소와 강제휴무에 따라 ‘잉여 근로자’가 생기는 것도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부작용으로 꼽힌다. 대형마트와 SSM 고용 인력의 대다수는 판촉사원을 비롯해 단기 아르바이트생, 주말 파트타이머, 주부 사원, 고령층 고용 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인스토어협회는 대형마트와 SSM의 월 2회 휴무로 5636명, 심야영업 제한으로 866명의 잉여 근로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제휴무로 근무시간이 단축되면 이들의 수를 먼저 줄인다는 게 체인스토어협회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대형마트와 SSM에 입점해 장사하는 식당, 옷가게, 안경점, 미용실, 식당, 약국 등 중소 자영업자들도 규제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다”며 “휴무에 맞춰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고 점포 운영 인력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대형마트와 SSM이 창출해온 신규 고용이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대형마트 영업규제#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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