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 그 후]<2>평택공장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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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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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 전임자 줄이고 수당 반납 ‘부활 구슬땀’
새노조 “쟁의 않겠다” 결의
10, 11월 판매량 작년 능가
완전 회생까지는 아직 먼길
내일 이해관계인 집회 관심

《8일 오후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 경비업체 직원들의 통제 아래 대형 트레일러와 부품을 실은 차량이 쉴 새 없이 정문을 드나들었다. 주변 거리는 깔끔하다 못해 한산했다.
불과 4개월 전 수천 명이 편을 갈라 싸웠던 곳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공장 내에서는 파업의 흔적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노조원들의 새총 발사로 성한 곳이 없던 본관 건물의 대형 유리창은 모두 새것으로 바뀌었다. 화염병 연기에 그을린 벽면도, 쇠파이프에 찢어졌던 천막도 새로 단장했다.
총알처럼 날아드는 볼트와 너트 때문에 생긴 아스팔트 위 상처도 말끔히 메워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여기 저기 훼손된 곳이 많았지만 직원들이 조업 틈틈이 복구 작업을 도와서 10월 초순 대부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파업 후유증 딛고 ‘고속주행’


불법 파업 77일, 경제적 손실 3300억 원. 올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쌍용차 파업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파업 이후 쌍용차의 회생 속도는 ‘과속’을 우려할 정도로 빠르다. 9월 한 달 동안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5488대를 판매했다. 이는 올 들어 월간으로 가장 많은 판매 규모다. 10월과 11월 들어서도 각각 4630대와 4696대를 팔았다. 이는 파업 직전인 올 상반기는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훨씬 많은 수다.

쌍용차의 빠른 운영정상화는 어려운 외부여건 속에서 한가닥 희망이 되고 있다. 노조도 ‘환골탈태’했다. 파업을 주도했던 쌍용차 노조는 9월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탈퇴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른 탓인지 투표 참가자의 73.1%가 민주노총 탈퇴를 지지했다. 10월 말에는 새로운 노조가 출범했다. 새 노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상급단체 지침을 따라가느라 외면했던 조합원을 챙기는 것. 60여 명이었던 노조 전임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연간 월 70만 원 정도인 잔업수당도 반납했다. 이어 사측과 함께 지난달 2일 ‘노사민정 한마음 협약식’을 열어 “일체의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쌍용차의 완전한 ‘부활’을 선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지난달 6일 회생계획안이 해외 채권단의 반대로 법원에서 부결된 데 이어 9일에도 해외 채권단은 회생계획 수정안에 반대했다.

○ 퇴직자들 엇갈린 행보



올 5월 쌍용차를 퇴직한 원유관 씨(40)는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이다. 쌍용차 연구소에 있었던 원 씨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16년간 일한 정든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그는 “회사 문을 나서던 그때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구조조정 결정에) 잘못된 부분이 많았다”며 아쉬워했다.

원 씨는 재취업 대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시간을 보냈다. 실업급여를 받아 근근이 생활했지만 그마저도 7일 지급이 끝났다. 그는 평택시가 실시하는 창업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해 곧 새로운 일을 시작할 계획이다. 원 씨는 “조상 대대로 평택에서 살았던 나에게 쌍용차는 영원한 직장이나 마찬가지”라며 “쌍용차는 반드시 잘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 씨처럼 쌍용차를 그만두거나 해고된 사람은 약 2100명. 협력업체 직원들을 포함하면 24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현재까지 재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한 사람은 500여 명에 불과하다. 상당수가 실업급여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도 있지만 급여나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택시 민생안정추진단 최병철 팀장은 “오랫동안 일정한 봉급을 받던 근로자가 갑자기 절반만 받고 생활하기는 쉽지 않다”며 “사람마다 다르지만 눈높이를 맞추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파업을 주도했던 쌍용차 노조 간부 22명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한상균 지부장 등은 “현행법에 저촉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벌을 받겠다”며 “하지만 상하이자동차 헐값 매각과 경영진의 단체협약 일방 파기 등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평택=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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