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제한 강화’ 내달 이후로 연기

  • 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정부 “대출 계속 늘면 LTV 내린뒤 DTI규제 서울 강남3구 이외로 확대 검토”

정부가 수도권 일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정하는 기준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현행보다 강화할지를 9월 이후 검토하기로 했다. LTV를 당장 강화하지 않는 대신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일부 늘리는 방법으로 집값 안정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9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는 한도인 LTV를 당분간 현행 50%로 유지하고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집계되는 다음 달 초 이후 45%나 40%로 내릴지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37조2000억 원으로 6월보다 4조5000억 원 급증했지만 이는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입주예정자들이 잔금을 내기 위해 빌리는 ‘집단대출’이 늘었기 때문일 뿐 투기 수요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LTV 강화 시기를 다소 미룬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이 비정상적으로 늘고 있다고 판단되면 LTV를 먼저 강화한 뒤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서울 강남지역 이외로 확대할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TV에 비해 DTI가 대출금액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실수요자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先)LTV, 후(後)DTI’ 순으로 부동산 안정대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계는 LTV를 포함한 금융규제가 집값 안정에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예컨대 금융위가 다음 달 초 이후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를 제외한 수도권에 적용되고 있는 LTV 50% 규정을 40%로 내리면 4억 원짜리 집을 담보로 한 대출금이 2억 원(4억 원×50%)에서 1억6000만 원(4억 원×40%)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투기성 자금이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입주를 목적으로 대출받는 사람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부는 투기 수요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도 7월 집값 상승률이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 0.3%를 나타낸 점에 주목해 LTV 강화 등 금융규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급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다음 달 말부터 서울 강남구 세곡지구 등에서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이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 보금자리주택 용지를 추가 지정할 방침이다. 현재 서울에서 가까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지역 등을 공급 대상지역 후보에 올려놓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고 있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집을 세 채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이 받는 전세보증금 중 3억 원 초과 부분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집을 여러 채 보유하려는 수요가 줄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재정부의 판단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집값, 거래량, 대출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과열 조짐이 보이면 적절한 대책을 즉각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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