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시간은 악마의 편인가… 영화 ‘펠햄123’

  • 입력 2009년 6월 12일 03시 03분


지하철이 테러조직에 ‘납치’된다는 이야기. 그간 영화에서 자주 다뤄지진 않았지만,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소재다. 영화 ‘펠햄123’(11일 개봉)은 탄탄한 이야기 대신 현란한 편집기술을 영화 초반부터 앞세운 점이 눈에 띈다.

제목 ‘펠햄…’은 매일 오후 1시 23분, 뉴욕 펠햄 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 이름이다. 어느 날 지하철 배차원인 가버(덴절 워싱턴)는 선로에 멈춰선 펠햄 123호와 접촉을 시도하다 테러조직 우두머리 라이더(존 트래볼타)와 교신한다. 가버를 협상자로 택한 라이더는 뉴욕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시간 후인 3시 13분까지 현금 1000만 달러를 요구한다. 그리고 1분 늦을 때마다 인질을 한 명씩 죽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비된 교통으로 제한시간 몇 분을 남겨둔 상태에서 현금 수송 차량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정해진 협상 시간을 앞두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은 바쁘게 돌아가는 카메라처럼 숨 가쁘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토니 스콧 감독은 ‘탑건’(1986) ‘맨 온 더 파이어’(2004)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 등 그간 영화에서 쌓아온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전작을 보지 않았다 해도 괜찮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연기 대결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다. 한때 월가의 증권거래인으로 일했지만 비리로 감옥에 다녀온 라이더 역은 존 트래볼타, 뉴욕지하철 고위직을 지내다 뇌물수수혐의로 배차 관리인으로 강등된 가버는 덴절 워싱턴이 맡았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하지 말 것. 예리하고 지적이었던 덴절 워싱턴은 100kg까지 체중을 불리며 전형적인 아저씨가 됐다. 이마가 훤하게 보이는 존 트래볼타는 몸에 꼭 맞는 악역을 입었다. 부제인 ‘서브웨이 하이재킹’은 이 영화가 리메이크한 영화 제목이다. ‘지하의 하이재킹’은 1974년 조지프 서전트 감독이 존 고디가 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처음 영화화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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