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펠햄…’은 매일 오후 1시 23분, 뉴욕 펠햄 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 이름이다. 어느 날 지하철 배차원인 가버(덴절 워싱턴)는 선로에 멈춰선 펠햄 123호와 접촉을 시도하다 테러조직 우두머리 라이더(존 트래볼타)와 교신한다. 가버를 협상자로 택한 라이더는 뉴욕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시간 후인 3시 13분까지 현금 1000만 달러를 요구한다. 그리고 1분 늦을 때마다 인질을 한 명씩 죽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비된 교통으로 제한시간 몇 분을 남겨둔 상태에서 현금 수송 차량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정해진 협상 시간을 앞두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은 바쁘게 돌아가는 카메라처럼 숨 가쁘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토니 스콧 감독은 ‘탑건’(1986) ‘맨 온 더 파이어’(2004)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 등 그간 영화에서 쌓아온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전작을 보지 않았다 해도 괜찮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연기 대결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다. 한때 월가의 증권거래인으로 일했지만 비리로 감옥에 다녀온 라이더 역은 존 트래볼타, 뉴욕지하철 고위직을 지내다 뇌물수수혐의로 배차 관리인으로 강등된 가버는 덴절 워싱턴이 맡았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하지 말 것. 예리하고 지적이었던 덴절 워싱턴은 100kg까지 체중을 불리며 전형적인 아저씨가 됐다. 이마가 훤하게 보이는 존 트래볼타는 몸에 꼭 맞는 악역을 입었다. 부제인 ‘서브웨이 하이재킹’은 이 영화가 리메이크한 영화 제목이다. ‘지하의 하이재킹’은 1974년 조지프 서전트 감독이 존 고디가 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처음 영화화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