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어느날 갑자기 사타구니에 말랑말랑 돌출…초기 탈장 의심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8분


《야구선수 구대성과 이종욱, 축구선수 오장은과 김남일, 격투기선수 추성훈까지 모두 ‘속이 터져’ 고생했다.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을 쩔쩔매게 하는 병은 무엇일까. 바로 탈장이다. 탈장은 내장을 받쳐주는 근육층인 복벽이 터지거나 구멍이 나면서 압력에 의해 장이 복벽 밖으로 밀려나온 상태를 말한다. ‘스포츠 탈장’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격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탈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2, 3%가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탈장 수술은 2007년 약 3만7000건으로 전체 수술 건수의 2.3%를 차지했다. 탈장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에 걸쳐 나타나며 10명 중 8명은 남성 환자다.》

복부비만→복압상승, 흡연 - 무리한 운동→복벽약화 등이 원인

방치하면 복막염 등 합병증 유발하고 불임으로 이어질 수도

○ 80%는 남성 환자

탈장의 75%는 사타구니에 생긴다. 남성의 경우 어렸을 때 복부에서 사타구니로 고환이 내려온 흔적 때문에 일종의 ‘터널’이 있어 더 쉽게 사타구니 쪽의 탈장이 나타난다. 탈장 환자는 기침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사타구니 부근에 불룩하게 계란만 한 덩어리가 튀어나온다. 똑바로 선 상태에서 변을 볼 때처럼 배에 힘을 줬을 때 사타구니 쪽에 만져지는 것이 있다면 탈장일 가능성이 높다.

탈장은 복압이 높아지고 복벽이 약해진 경우에 발생한다. 복압은 무거운 짐을 들거나 만성 변비가 있는 경우, 천식 등으로 기침을 자주하는 경우와 같이 배에 힘을 줬을 때 높아진다. 복벽이 약해지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흡연이나 무리한 운동을 들 수 있다. 복부비만인 사람은 내장지방 때문에 복압이 높고 복벽이 지나치게 늘어나 조직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특히 탈장의 위험이 크다.

탈장 초기에는 사타구니에 말랑말랑하게 돌출된 부분이 만져지지만 특별한 통증이 없어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기침을 하거나 배에 힘을 주면 장이 불룩 튀어나오지만 누워있거나 힘을 빼면 다시 들어간다. 시간이 지나면 복벽이 더 벌어지면서 돌출부의 크기가 커지고 남성의 경우는 음낭까지 내려오기도 한다. 불편한 기분이 느껴지고 튀어나온 부위가 아프기 시작한다. 더 심해지면 빠져나온 장이 누워도 없어지지 않고 더 심한 통증과 함께 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 인조그물로 메우는 수술 많아

탈장은 초기에 특별한 통증이 없어 자연적으로 치유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탈장을 장기간 방치하면 빠져나온 장이 벌어진 복벽에 꽉 끼면서 피가 통하지 않아 장이 썩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탈장이 불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뱃속에서 빠져나온 장이 정관을 눌러 고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의 높은 온도가 정자 생성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탈장을 방치하면 점점 복벽의 구멍이 커지고 주변 조직과 유착돼 복막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탈장된 부위가 썩는 경우에는 장을 절제해야 한다.

탈장이 의심되면 위급한 상황이 되기 전에 한번쯤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탈장은 자연 치유되지도 않고, 약물을 이용한 치료 방법도 없기 때문에 수술이 가장 일반적이고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예전에는 복벽의 벌어진 부분을 꿰매는 수술을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압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터져 재발률이 높았다. 요즘에는 복강경을 이용해 벌어진 부위를 인조그물로 메우는 수술이 1% 미만의 낮은 재발률을 보이고 있다. 흉터도 거의 남지 않고 대부분 하루 만에 수술을 받고 퇴원할 수 있다. 인조그물을 넣었기 때문에 느껴지는 이물감은 대부분 한 달이면 사라지지만 탈장을 수년간 방치해 둔 환자는 구멍이 커진 상태이므로 6개월 이상 불편감을 느낄 수 있다.

○ 규칙적인 배변 습관 들여야

탈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최선이다. 복압이 높아지지 않도록 무거운 짐을 드는 것을 자제하고 장시간 서있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 배변 시 배에 지나친 힘을 주는 것을 피하고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복부 중 가장 낮은 부위에 위치하는 사타구니는 서있을 때 하중을 가장 많이 받는 부위로 오래 서있거나 복압이 증가되는 상황이 자주 반복되면 탈장이 생기기 쉽다.

복벽 조직을 약화시킬 수 있는 담배는 끊는 것이 좋다. 외부의 심한 충격에 의해 복벽과 근육에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도 탈장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탈장 예방에는 적당한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체력에 맞춰 땀이 살짝 날 정도로 운동을 하면 탈장의 주요 원인인 복부비만을 예방하고 복벽을 강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며칠씩 복부 근육이 땅기는 느낌을 줄 만큼 무리하게 복근운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 골프, 축구, 농구와 같이 복부를 쭉 펴는 운동을 하기 전에는 충분한 준비 운동을 해야 한다. 본인의 유연성을 넘어서는 무리한 동작은 자칫 탈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도움말=임정택 비에비스 나무병원 외과과장)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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