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PSI도 개성공단도 北꼼수에 끌려다니지 말라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북한은 지난주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중대 사안을 통지하겠다”며 남북 접촉을 제안한 데 이어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막기 위한 무력도발 위협의 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를 오늘로 22일째 개성공단에 억류하며 사실상 인질로 삼더니 마침내 수도 서울을 겨냥해 도발할 것처럼 위협하고 나섰다. 개성공단과 PSI를 연계해 총공세로 나온 만큼 협박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해 결연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위기관리 및 대처능력을 총동원해 북의 경거망동으로 한반도가 위험한 상황에 휩싸이는 사태를 차단해야 한다.

북한은 16일 남북 접촉을 제안하면서 5일 뒤인 21일 만나자고 했다. 우리 정부가 당초 15일로 예정했던 PSI 전면참여 발표를 19일로 연기한 사실을 계산에 넣은 시기 선택이다. 정부는 PSI가 북한과 관련 없다고 하면서도 발표 시기를 다시 21일 이후로 늦췄다. 우리 정부의 움직임을 들여다본 북의 꼼수에 말려든 셈이 됐다.

북한의 요구에 정부가 동의해 남북 당국자가 개성에서 만나게 됐으나 북이 갑자기 고분고분해질 리 없다. 북한은 우리 국민을 조사하게 될 경우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는 남북합의와 국제적 관례인 접견권까지 무시하며 유 씨를 억류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인 여기자 2명에게는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미국 측의 접견권을 허용했다. 유 씨 억류는 북한이 외치는 ‘민족끼리’가 새빨간 거짓 구호임을 거듭 확인해 주고 있다. 남북 접촉은 유 씨를 인질로 잡고 있는 북한의 선전선동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 대표단이 개성공단에서 북한의 협박만 듣고 와서는 안 된다. 비인도적 처사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조속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인도적 문제를 PSI나 개성공단 사업과 연계하려는 술수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북한은 작년 3월 우리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허용치 않겠다고 한 이후 끊임없이 개성공단을 대남카드로 악용했다. 북한이 계속 억지를 부리면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일 필요가 있다. 진출 기업에 피해를 주고 우리 국민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한다면 개성공단은 문을 닫는 편이 낫다.

정부는 PSI 전면참여 발표를 두 차례 연기했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인질 사태 같은 현실을 감안한 것이겠지만 북이 가당찮은 협박을 계속한다면 더 물러설 수는 없다. 북에 양보하고, 퍼주고, 뒤통수까지 맞은 전임 좌파정권들의 실패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두 정부와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북에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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