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광영]장애인 빗대 모욕감 주는 인터넷 댓글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일반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장애인 관련 표현을 쓰지만 실제 장애인들은 가슴에 멍이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장애인 차별 언어의 양태에 관한 연구’에 참여한 중앙대 이길용 교수는 ‘병신’ ‘저능아’ ‘벙어리’ 등 장애인을 비하하면서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표현이 신문이나 방송보다 인터넷에서 가장 심각하게 사용된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신문이나 방송 등 주류 미디어는 장애 차별적 언어들을 걸려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이 확산되거나 누리꾼들 사이의 의견 대립이 격해지는 경우 이런 장치가 없다. 누군가에게 욕설을 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누리꾼들이 장애인을 지칭하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장애인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각 매체의 배려 정도를 일반인 358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와 ‘배려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을 합하면 신문은 28.3%, 방송은 31.4%인 데 비해 인터넷은 50.2%에 달했다. 또 ‘배려한다’는 답이 신문과 방송은 20%가량 나온 반면 인터넷은 7%에 그쳤다.

문제가 된 웹 사이트를 내용별로 분류해보면 방송·연예 관련 분야에서 언어차별이 가장 심했다. 연예인들을 공격하는 악성 댓글에는 대부분 장애인 차별적인 표현이 들어 있다. ‘다음 아고라’ 등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대해서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강변하는 토론 문화로 인한 불똥이 장애인들에게 튀고 있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이 ‘병신’ ‘사팔뜨기’ ‘귀머거리’ 등의 표현을 써가며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려 할 때 실제로 몸이 불편하고, 앞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는 장애인들은 큰 상처를 받는다. ‘절름발이 내각’ ‘벙어리 냉가슴’ 등 일상적인 용어에도 장애인들은 상처를 받는다고 하니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다행스럽게 이번 연구에 희망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표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상인 못지않게’라는 표현을 기성세대는 일반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였지만 젊은 세대는 ‘매우 차별적’이라고 답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고 장애인을 비정상으로 간주한다는 점에 젊은이들은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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