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진단평가 거부교사 1000명 명단공개…시험 무력화”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대량 징계 못할 것’ 계산… 일부 “또 조합원 볼모 투쟁” 반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31일 전국에서 실시될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무력화하기 위해 ‘벼랑 끝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소속 교사 1000명 이상을 동원해 공개적인 시험 거부 투쟁을 벌이고, 사전에 명단까지 공개한다는 전략이다.

정부와 전교조의 충돌이 자칫 극한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교조는 12일 열리는 본부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질 진단평가를 막기 위해 ‘교사 1000명 선도투쟁’을 공식 지침으로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는 우선 진단평가가 실시되기 전 소속 교사 1000명 이상을 동원해 시험거부와 체험학습을 유도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낼 계획이다. 특히 통신문을 보낼 교사의 소속 학교와 실명을 사전에 공개해 반대 투쟁을 공개적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시험 당일에는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한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금지하고 있고, 체험학습은 교사뿐 아니라 교장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실시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평가 거부를 유도한 전교조 소속 교사 7명을 파면하거나 해임했다.

그럼에도 전교조가 같은 방식의 반대 투쟁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당국이 1000명 이상의 교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징계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전교조 한 간부는 “1000명 이상의 교사들이 참여하면 정부로서는 징계하기도 어렵고 방관하기도 어려운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시험 전날인 30일 전국 시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형식으로 선도투쟁 참여 명단을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교육당국이 전교조의 예상을 깨고 대규모 징계를 내릴 경우 전교조에 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노림수도 깔려 있다.

1000명 이상의 교사가 한꺼번에 징계를 당하게 되면 전교조의 조직 특성상 그동안 조직 활동에 방관하던 조합원들이 대거 투쟁에 참여해 투쟁 역량이 더 커지고 전교조에 대한 동정 여론도 커지게 돼 현 정부의 교육정책 반대 투쟁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학업성취도평가 반대 투쟁 때 보여줬듯이 지도부의 계획대로 일선 교사들이 대거 반대 투쟁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소속 한 교사는 “대규모 징계 사태를 불러온 연가투쟁 때도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리더니 이번에도 조합원을 볼모로 한 무리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조합원의 고통을 담보로 한 투쟁만을 고집할 것인지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험 당일 체험학습을 허락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학업성취도평가와 마찬가지로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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