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4명 모두 유죄 판결 난 광고주 협박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지난해 촛불시위 때 광고주를 상대로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에 광고를 싣지 말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주도해 기소된 누리꾼 24명 전원에게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들은 세 신문에 광고를 낸 기업에는 ‘광고를 싣지 말라’고 조직적으로 선동해 해당 기업에 협박 전화가 쇄도하고 인터넷 홈페이지가 공격당해 마비되기도 했다. 실제 상당수 기업이 심각한 위협을 느껴 광고 게재를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재판부는 ‘피해 기업들이 수많은 항의 전화를 받아 영업에 지장을 받았으며 광고 중단의 뜻이 없는 기업을 상대로 집단적 괴롭힘의 수준까지 진행돼 광고주의 자유 의지가 제약됐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들은 기업이 영업 활동을 위해 신문에 광고를 싣는 과정에 개입해 ‘매체 선택의 자유’를 유린했다. 피고인 전원에게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 유죄를 선고한 이번 판결은 기업과 신문 간의 자발적인 광고 거래에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폭력 행위를 엄중하게 다스리는 의미가 있다.

이들은 동아일보 등에 광고를 낸 기업을 온통 들쑤시는 ‘집단 테러’를 가하고도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소비자운동’이라고 위장했다. 인터넷 카페 이름을 ‘조중동 폐간 국민 캠페인’에서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으로 바꾸더니, ‘광고 불매운동’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소비자운동이라고 강변했다. 유죄를 모면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 수십 년 동안 소비자운동을 벌인 단체들도 ‘광고주 협박은 소비자운동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본래 의도는 주요 신문의 광고를 끊어 고사(枯死)시키고, 나아가 자기네와 같은 생각을 전파하는 매체를 확장하려는 것이었다. 기업을 상대로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고를 내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폭력과 위협으로 시장 질서를 뒤바꾸려 한 범죄다. 이 같은 범법행위를 ‘자유롭고 정당한 의사표현’이라고 두둔한 민주당도 사법부의 유죄판결이 내려진 만큼 세 신문에 사과해야 한다.

광고는 자유언론을 지탱하는 젖줄이다. 광고 게재 방해는 자유 언론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이런 식의 언론 위협과 광고주 협박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다. 상급심에서는 언론 자유와 관련해 한 걸음 더 나아간 판결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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