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실 성적조작’ 때문에 學力평가 흔들려선 안 된다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전북 임실군 14개 초등학교의 학업성취도 미달학생이 당초 발표된 3명보다 많은 9명으로 밝혀졌다. 임실교육청은 ‘기적 같은 성적’이 허위임을 파악하고서도 전북도교육청에 허위보고를 했다. 임실교육청 장위현 교육장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어렵게 출발한 학업성취도 평가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데 대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이다. 이런 부정(不正)이 임실에서만 저질러진 것 같지 않으므로 평가결과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평가와 채점, 집계과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성적처리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평가를 실시하면서 답안지 채점을 해당 학교에 맡긴 것부터 어설펐다. 학업성취도 결과는 학교의 명성, 교장 거취, 교육청의 평가 등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성적 조작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컴퓨터 채점을 도입하든가, 교육청 단위로 답안지를 바꿔 채점하는 치밀한 해법이 필요하다. 학력평가를 무력화(無力化)하려는 의도가 개입됐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초6, 중3, 고1로 지정된 시험대상 학년도 바꿀 필요가 있다. 초6이나 중3을 시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해당 학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배웠는지 점검하려는 것이지만 정작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곧 졸업하게 돼 재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다. 시험 대상자를 초4, 5학년이나 중2로 낮춰 학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학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만 발표하는 정보공개 수준도 우수학생, 보통학생에 대해서까지 확대해야 학력평가의 취지를 더 살릴 수 있다.

전교조는 ‘임실의 기적’이 교과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학교서열화를 조장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무를 보고 숲을 말하지 말라. 30년 동안 가려졌던 교육현장의 실상을 보여주는 학력평가의 당위성이 ‘임실 사례’ 때문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평가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부작용이나 폐단은 시정하면 된다.

학력의 실상이 어슴푸레하게나마 드러나는 판에 깜깜이 교육으로 회귀할 수는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