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초식계 남자’?

  • 입력 2009년 2월 18일 02시 58분


日불황여파 양 같은 온순男증가

이성에 관심 없고 독신생활 즐겨

일본에서 ‘잃어버린 10년’의 여파로 젊은 남성 가운데 ‘초식계(草食系) 남자’가 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초식계 남자란 육식동물처럼 공격적이지 않고 양처럼 온순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성실한 남성을 뜻하는 신조어. 이성교제에 관심이 없는 대신 독신생활을 즐기면서 개인적 취미나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이 신문은 지난해 한 결혼정보회사 조사에서 ‘여자친구가 없다’고 답한 성인남성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연애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사실에 주목하며 초식계 남자들이 연애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술자리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성을 만날 기회가 생겨도 쉽사리 ‘선’을 넘지 않는다. 이 신문은 이성친구와 밤늦게 술을 마시다 막차를 놓쳐 러브호텔에 함께 투숙한 뒤 “그냥 잠만 잤다”는 30세 회사원을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초식계 남자는 일본 경제와 소비형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외양은 멋지지만 유지비가 많이 드는 스포츠카 대신 실용성이 뛰어나고 승차감도 좋은 콤팩트카가 각광받는 것이 대표적 사례. 젊은 층을 겨냥한 소형 콤팩트카를 2002년 처음 출시한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닛산자동차 관계자는 “젊은 남성들이 속도감이나 힘보다 편안한 공간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에 소개된 생활 칼럼니스트 후카자와 마키(深澤眞紀) 씨는 일본 사회에 초식계 남자가 등장한 배경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뭔가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살 필요가 없었던 점 △‘잃어버린 10년’ 동안 성장하며 미래에 대한 큰 기대 대신 성실함만을 지향한 점 등을 꼽았다.

일부에선 초식계 남자가 “(여자를) 이끌 줄 모른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아가씨 같은 남자, 초식계 남자가 일본을 바꾼다’의 저자 우시쿠보 메구미(牛窪惠) 씨는 이들이 “남자다움에 얽매이지 않고 남녀평등을 자연스럽게 수용한다”며 “새 시대에 어울리는 성숙한 소비 스타일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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