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 우리에겐 도전일 뿐” 대한펄프 청주공장

  • 입력 2008년 11월 19일 02시 59분


대한펄프 청주공장에서 한 직원이 자동화된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펄프
대한펄프 청주공장에서 한 직원이 자동화된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펄프
노조가 먼저 원가 절감 - 구조 조정 - 공정 개선

노조 “외환위기때 감원 아픔 되풀이 그만”

제지업계 고전속 9월까지 77억 영업이익

《충북 청원군 강내면 대한펄프 청주공장. 33만여 m²(약 10만 평)의 넓은 공장 이곳저곳에 폐지(廢紙)가 쌓여 있었다. 폐지에 섞여 있는 종이 찌꺼기인 슬러지와 깡통, 플라스틱, 병 등을 소각로에서 태워 이때 발생하는 열을 보일러로 보내 스팀 연료로 재활용하고 있었다.》

원가 절감은 일반적으로 회사가 주도한다. 하지만 대한펄프는 직원들이 중심에 서 있었다. 이 회사는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노사가 힘을 합쳐 어려움을 비교적 잘 이겨나가고 있다.

1966년 설립된 대한펄프는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2위의 제지회사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전 대규모 증설 과정에서 원화 환율이 급등(원화가치는 급락)하는 바람에 막대한 환차손으로 위기를 맞았다.

경기 의정부시와 충북 청주시에 있던 공장 중 의정부공장을 매각하고 일부 인력을 청주공장에 투입하면서 관리직 위주로 전체 직원 중 절반 가까이를 내보내야 했다.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중국산(産) 저가 제품의 공세로 적자가 누적됐다. 결국 2005년에는 청주공장 생산직 근로자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이번에는 노조가 앞장서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노조가 회사와 함께 전 직원에 대한 업무 평가를 실시해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 그때 회사를 떠난 근로자 80여 명 중 60명가량이 노조원이었다.

남은 직원은 돈을 걷어 떠나는 동료들에게 행운의 금 열쇠를 만들어 전달했고 떠난 사람들의 몫까지 일했다. 회사에서도 퇴직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했다.

박견우 노조위원장은 “당시 조합원들을 여러 차례 만나 ‘회사가 계속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 우리가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며 “회사와 함께 12가지 항목에서 전 사원에 대한 평가를 해서 퇴직자 순번을 정했다”고 말했다.

적자가 지속되던 2003년 청주공장에는 원가 절감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팀원 중 상당수가 노조원이었다.

임동수 공장장은 “과거에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개선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현장에서 제안한 내용이 곧바로 개선되자 현장 근로자들도 자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혁신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투자 없이 이런 ‘공정(工程) 개선’만으로 그동안 5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줄였다.

청주공장이 1998년 이후 줄곧 친(親)환경기업으로 인정받는 것도 현장 근로자들의 원가 절감 노력과 무관치 않다.

제지 회사는 물을 많이 사용하는 만큼 폐수도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하루 4만5000여 t가량의 폐수 가운데 70%에 육박하는 3만여 t을 4단계의 정화 과정을 거쳐 재활용한다. 과거에는 그냥 버려지던 하루 205t가량의 슬러지도 소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을 다시 활용하고 있다.

대한펄프는 올해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지업계가 전반적으로 고전하는 9월까지 77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연말까지는 10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한다.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가 18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다.

1966년 설립된 대한펄프는 창사(創社) 이래 단 한 차례의 노사 분규도 없었다고 한다. 박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어려워져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 되기 전에 노조와 현장 직원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원=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