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을 말하다] 김응룡 사장이 본 김성근

  • 입력 2008년 11월 3일 08시 47분


“젊은시절 김성근? 술이 진짜 세더군”

김성근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건 실업야구 시절이었지. 팀이 달라(김 사장은 한일은행·김 감독은 기업은행) 이렇다 할 에피소드는 없는데…. 다만 지금도 기억나는 건 한번 만나면 술이 그렇게 세더라고. 나도 술 하면 어디 가서 안 지는데 못 당하겠더라고. 그때 백인천, 신용균, 김성근 일본에서 온 사람들은 다 술이 셌어. 김영덕 감독만 술을 못했지.

일본에서 건너온 김 감독이 처음 동아대(1960년, 재일교포인 김 감독이 일본서 건너와 처음 야구를 한 곳. 이후 김 감독은 일본으로 돌아간 뒤 관광비자만 들고 재입국해 교통부-기업은행을 거쳤고, 국가대표까지 역임했다. 1968년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에서 야구했을 때 첫 대면을 했어.

그런데 요즘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그때보다 한국말을 더 못해. 의문이야.(웃음) 더 전에 내가 부산상고에서 야구할 때, 김 감독이 재일교포 모국 방문단으로 왔었다고? 하지만 그때 기억은 없네. 장훈씨는 기억 나는데….

그때 선수 김성근이 어땠냐 하면 분주했지.(웃음) 그 시절이야 야구 잘 해도 은행이나 회사 다녀야 했고, 월급 타는 선수 시절이었는데도 그랬어.

그래도 야구는 잘 했어요. 왼손투수인데 볼도 빠르고 에이스였지. 나야 한일은행에서나 프로 와서나 한군데 쭉 붙어있는 성격인데 김 감독은 그때부터 쭉 여기저기 옮겨 다녔지. 국가대표도 나야 12년 했지만 김 감독은 1년만 했으니 생각 나는 추억은 없네.

SK 감독 맡기 전까지 김 감독 야구는 좋게 말하면 재생공장장이고, 나쁘게 말하면 쓰레기통에서 건져내는 거였잖아? 그런 야구는 7-8위 팀을 4-5위로 만들 순 있지만 그 이상은 안 됐어. 그런데 SK 와선 젊은 선수 키워서 주력선수로 만들더라고. 그러다보니 경쟁이 붙고, 기존 선수도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고. 다 열심히 하니. SK 야구 무서워. 내 말이 틀렸어요?

김 감독은 그때나 지금이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변함없어 보여. 젊은 감독이 보고 배워야 돼요. 이길 사람이 딱 한명밖에 없는 것 같다고? 지금, 나 나오라는 소리야?(웃음)

2002년 한국시리즈 이기고 왜 ‘야구의 신’이라 불렀냐고? (승장이라면) 보통 다 그렇게 말하잖아. 2년 연속 우승했으니 이젠 정말 야구의 신 아니야?(웃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관련기사]‘김성근을 말하다’ 메모광 김성근, 그의 펜은 독했다

[관련기사]‘김성근식 화술 4가지’ 불리하다 싶으면 ‘우물에 약타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