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비지조(數飛之鳥)는 홀유라망지앙(忽有羅網之殃)이라 했죠. 자주 나는 새가 그물에 걸리듯 재앙도 만나기 쉽습니다.” 법정(76) 스님은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가을 정기법회에 앞서 신도들과 차를 나누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법회에는 1500여 명이 참석했다. 스님은 법문을 통해 “산중에서 살다 보면 비바람에 짜증을 내는데 요즘 좋은 날씨 덕분에 일상을 흥겹게 맞는다”며 “빨래를 널며 서정주 시인의 시 ‘푸르른 날’을 읊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말벗이 되는 책과 무료함을 잊게 하는 차, 녹슬지 않게 하는 채소밭, 음악이라는 복을 갖고 있다”며 “외적으로 가진 것이 적어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님은 “병원 중환자실에 가면 생명을 단 몇분 연장하기 위해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다”며 “지금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두 업(業)이 되기 때문에 섣불리 생명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마음의 짐이 무거운 사람들은 절이나 교회를 찾아 짐을 내려놓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그 고마움을 세상과 함께 나누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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