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근접한 한국의 과학자들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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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임지순 김필립, 화학- 유룡 박수문, 생리의학- 조장희 신희섭

물리-김진의 노태원, 화학-김기문, 생리의학-김규원

과학계 “기초과학분야 꾸준하고 안정된 투자 있어야”




《해마다 10월이 되면 우리나라는 ‘노벨상 몸살’을 앓는다. 올해는 이웃 나라 일본이 4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열망이 더 커졌다. 동아일보는 국내 기초과학 분야 최고 학술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 과학자들을 꼽아봤다. 이들은 한결같이 “기초과학에 꾸준히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연구자의 ‘외길 정신’이 더해져야 우리도 노벨 과학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과학자 가운데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는 후보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임지순 교수다.

임 교수는 1998년 탄소나노튜브 여러 다발을 묶으면 도핑(doping)이란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반도체의 성질을 띤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 후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다양한 이론 연구로 탄소나노튜브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진의 노태원 교수 등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 교수는 ‘액시온’이라는 가상의 가벼운 입자를 창안해 명성을 얻었고 노 교수도 산화물 반도체의 한 분야를 개척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정점에 이른 연구자보다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수봉 김선기 교수, 미국 컬럼비아대 물리학과 김필립 교수, KAIST 물리학과 김은성 교수 등 중견 또는 젊은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봉 교수와 김선기 교수는 각각 미지의 입자인 중성미자와 암흑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김필립 교수는 미세물질인 나노 그래핀의 반도체 가능성을 처음으로 밝혔으며 김은성 교수는 고체 헬륨을 연구해 올해 미국 물리학회의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올해 일본인이 휩쓴 노벨 물리학상은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실제 주인공 이휘소 박사의 타계가 아쉽게 느껴지는 분야다. 이 박사는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국의 스티븐 와인버그 교수가 그에게 공을 돌렸듯이 한국인으로는 가장 노벨 과학상에 다가선 과학자였다.

화학 분야에서는 KAIST 유룡 교수, 포스텍 박수문 김기문 교수 등이 노벨상에 비교적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유 교수는 나노 거푸집을 이용한 미세물질 개발, 박 교수는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 김 교수도 구멍이 많은 나노물질 연구로 유명하다. 모두 논문 인용횟수가 수천 회를 넘어서는 등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젊은 과학자 중에서는 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박홍근 교수가 손꼽힌다. 32세에 정교수로 임용된 그는 단원자 트랜지스터 연구로 명성을 얻은 뒤 신경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연세대 화학과 김동호 교수도 인공광합성 분자를 만들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생리의학 분야에선 조장희 가천의과학대 뇌과학연구소장이 첫째로 꼽힌다. 조 소장은 암,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다양한 난치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인체영상장치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장치의 원형을 개발했다. 또 다른 인체영상장치인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장치에 모두 노벨상이 돌아갔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센터장, 김규원 서울대 약학과 교수, 방영주 서울대 의대 교수 등도 후보로 꼽힌다. 신 센터장은 유전자변형 쥐를 이용한 뇌와 신경 연구, 김 교수는 뇌에 독성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혈관장벽 연구, 방 교수는 암세포의 증식 억제 연구 등에서 뚜렷한 업적을 쌓았다. 김성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도 유력한 후보다.

KAIST 생명과학과의 김재섭, 정종경 교수나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김빛내리 교수 등도 선배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젊은 연구자군’으로 꼽힌다.

노벨상 수상은 해당 과학자는 물론이고 국가로서도 영광이다. 그러나 과학계는 당장 노벨상 수상을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수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수십 년 동안 묵묵히 연구에만 매달린 사람이 언젠가 노벨상을 받는 것이지 노벨상을 목표로 연구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일본의 과학연구 역사가 100년이 훨씬 넘는다면 우리는 20∼30년에 불과하다”며 “기초과학을 바라보는 근본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에 좀 더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움말 주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

<물리학> 신성철 KAIST 물리학과 교수,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학장, 장진 경희대 디스플레이학과 교수

<화학> 김명수 서울대 화학과 교수, 이대운 연세대 화학과 명예교수, 윤경병 서강대 화학과 교수

<생리의학>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 오우택 서울대 약학과 교수,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생물유전체사업단장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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