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수협, 공적자금 투입해도 일부조합 구제불능

  • 입력 2008년 10월 2일 03시 26분


정부가 2003년부터 수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수협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으나 상당수 수협의 부실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일선 수협에 투입한 경영개선자금은 모두 2516억 원이며, 이 같은 자금지원은 2010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투입한 공적자금에 비해 일선 수협의 경영개선 정도가 너무 더디고 근본적인 해법도 못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한국 어업(漁業)의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 일부 수협의 도덕적 해이, 주민들의 반발, 정치권의 이해관계 등이 얽히면서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2010년까지 경영개선자금 지원

동아일보 산업부가 1일 입수한 수협중앙회의 ‘수협회원조합 자기자본현황’에 따르면 일선 수협 문제가 가장 심각한 시도는 전남과 부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완도군수협을 비롯해 강진군수협(자기자본 ―57억 원), 신안군수협(―70억 원), 해남군수협(―168억 원), 흑산도수협(―64억 원) 등 10곳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목포수협(27억 원) 등 3곳이 일부자본잠식 상태였다.

정부는 2002년 일선 수협들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수협중앙회와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체결한 부실 수협들에 매년 경영개선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 서귀포수협, 삼천포수협 등 10곳은 부실을 털고 건전조합이 됐다.

수협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말에는 완전자본잠식 조합이 47곳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32곳으로 줄었다.

문제는 너무 부실이 커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하거나 점점 더 부실 규모가 커지는 조합들.

대표적인 예가 완도군수협이다. 정부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완도군수협에 344억 원을 지원했으나 경영 상태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

지난달 2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담당자,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수협상호금융 예금자보호기금관리위원회’는 완도군수협을 포함해 회계법인을 실사(實査)한 결과 순자본비율이 ―20%보다 낮은 7곳을 구조조정하기로 결정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농식품부는 완도군수협은 계약 이전 형태로 청산하고, 나머지 6곳은 인근 수협에 합병한다는 방침이다.

○ 원인과 해법은

이처럼 일선 수협들이 부실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수산업이 기울면서 주된 거래 대상인 어업인들의 경제 사정이 계속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협에서 빌린 돈으로 조업을 하는 어민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는 것이 쌓여 조합 부실이 되고 있다.

백선기 수협중앙회 회원경영지원부장은 “농사는 짓다가 흉년을 맞아도 땅이 남지만 어업은 배가 잘못되거나 어장이 나빠지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어민들이 대체로 단합이 잘되는 편이어서 선거를 걱정해야 하는 정치권도 일선 수협 구조조정에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어업용 면세유를 빼돌리는 등 직원 비리가 적지 않을 만큼 일부 조합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부실 책임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은행들이 부실해졌을 때도 공적자금을 지원한 만큼 수협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 자체는 문제 삼기 어렵다”며 “다만 민간 은행들에 적용했던 기준대로 부실 책임을 물어가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광수 농식품부 수산정책관은 “일선 수협에서도 기업인 마인드가 있는 전문 경영인이 조합장이 돼 활로를 뚫어야 하는데 현재처럼 선거로 조합장을 뽑는 구조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선 조합원들이 조합장의 권한을 줄이고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수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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