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in 포커스]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 입력 2008년 6월 11일 02시 58분


동아일보 자료사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귀족 이미지’ 탈피 성과

‘보수 지킴이’ 행보 박차

‘길거리 대화’ 예전과는 다른 모습

교섭단체-전국 정당화 과제 산적

야당-보수당 두 역할 시행착오도

《3일 오후 6시.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인천에서 지원유세를 마친 자유선진당 이회창(사진) 총재는 급하게 권선택 원내대표, 임영호 비서실장, 박선영 대변인을 불렀다. 이 총재는 “쇠고기 문제에 대한 민심이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이명박 정부가 큰일난다. 지금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을 만나야겠다. 안 만나면 만나줄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차에 올라탔다.》

이 총재는 박재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다음 날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을 잡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귀가했다. 결국 대통령과의 면담은 불발됐고 이 총재는 ‘스타일을 구겼다’는 당 안팎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최근 이 총재는 주변에 “보수정권이 좋은 평가를 받아야 다음 정권도 보수가 이어받는다”는 말을 부쩍 강조한다고 한다. 측근들은 이 총재가 ‘보수정권’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10일 고위 당직자회의에서 대다수의 의원이 “오늘 시위 상황을 본 뒤 등원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지만 “이제 등원을 미룰 수 없다”며 곧바로 등원을 결정했다.

지난해 대선 출마에 대해 일반 국민은 “보수의 분열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우세하지만 이 총재와 측근들은 “이 총재의 출마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약화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믿고 있다.

이 총재는 보수정권 아래 야당과 보수당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는 이번 쇠고기 정국에서 앞장서서 정부를 비판했고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과 함께 야 3당 공조에 나섰다가 보수진영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측근은 “쇠고기 정국으로 야당의 이미지는 살렸지만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총재의 스타일은 많이 변했다. 청와대를 무작정 찾아가는 데서도 드러나듯 귀족 이미지는 많이 탈피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총재는 총선 후에도 주말마다 지역구인 충남 예산-홍성에 내려가 논두렁에 주저앉아 농민들과 한참동안 얘기를 한다. 지지자들이 건네주는 음식을 먹기도 주저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함께했던 강삼재 김혁규 전 의원, 이혜연 전 대변인, 최한수 유석춘 이상돈 교수 등이 이 총재에게 섭섭함을 표시하며 떠난 것처럼 여전히 ‘식구’를 챙기는 데 인색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 총재의 ‘4년 후’는 어떨까. 측근들은 이 총재가 말하는 ‘보수대연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총재가 생각하는 보수대연합은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의 연합을 뜻한다. 지금은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보수정권의 연장을 위해 언젠가 결단하고 본인은 산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측근은 “차기 대선에 나서면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대선 4수가 되지만 차기 대선 때 나이(77세)나 건강상태로 볼 때 김 전 대통령보다 낫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총재가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대선 때 무소속 후보로 15% 득표, 총선 때 18석이라는 성과를 통해 존재감을 확인했다. 그러나 교섭단체 구성, 전국 정당화, 보수 야당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 총재가 자신의 의도대로 ‘보수세력의 지킴이’가 될지, ‘보수 분열의 원흉’이 될지 18대 국회 4년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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