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현장에서/한국차 깊어가는 ‘샌드위치 고민’

  • 입력 2008년 2월 18일 02시 56분


“여기에 다른 업체들도 많으니….”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달 2일 인도 첸나이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 2공장 준공식에서 저가(低價) 자동차를 개발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이같이 말끝을 흐렸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대당 600만 원 선인 저가차를 2010년부터 선보이겠다는 방침을 잇달아 공개한 것과는 달리 정 회장은 즉답을 피한 것.

정 회장이 시원스럽게 답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겪고 있는 ‘저가차 딜레마’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시장을 겨냥해 저가차를 개발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지는 않지만 개도국 시장이 워낙 큰 만큼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인도 타타자동차가 최근 세계 최저가 승용차인 ‘나노’를 선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당 2500달러(약 235만 원)인 나노는 현대차가 2010년 시판을 목표로 개발 중인 600만 원대 모델은 물론 2012년 내놓을 계획인 470만 원대 모델보다 훨씬 싸다. 가격에 민감한 개도국 소비자들로서는 현대차 저가 모델 대신 나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물론 현대차는 나노 가격으로는 안전성이나 환경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만큼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소득이 높지 않은 개도국 소비자들이 안전성이나 환경 문제보다는 가격에 더 민감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여기에다 르노-닛산과 폴크스바겐, GM, 도요타 등도 나노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키로 하는 등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나노’발(發) 저가차 개발 경쟁이 확산되는 것도 고민이다.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안 그래도 낮은 저가차의 수익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거대한 개도국 시장을 잃어버릴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생산성과 품질을 더 빨리 높이지 않으면 저가차뿐만 아니라 소형차와 중형차까지도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송진흡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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