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솔깃한 유혹의 노래

  • 입력 2008년 1월 31일 02시 58분


사진 제공 파스텔뮤직
사진 제공 파스텔뮤직
■ 델리스파이스 김민규 솔로 3집 ‘거절하지 못할 제안’

순수와 퇴폐가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미성이 주는 차분한 음성을 듣고 있노라면 천진한 애일 것 같다가도, 정신을 교란시키는 어지러운 기계음에 마음을 빼앗기고 나면 이 가수의 본성이 궁금해진다.

그룹 ‘델리스파이스’의 멤버인 김민규가 솔로로 낸 ‘스위트피’의 세 번째 음반 제목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다. 영화 ‘대부’의 한 대사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내게 솔직하고 싶었던 음반이라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며 “낯설더라도 거부할 수 없는, 솔깃한 음악이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스위트피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6집까지 낸 델리스파이스는 낯익은 이름.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강한 후렴구가 인상적인 ‘챠우챠우’와 ‘고백’은 잘 알려진 노래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남성 듀오 ‘재주소년’을 발굴했고 이소라의 ‘첫사랑’을 작곡했다. 이소라가 곧 발표할 앨범을 위해 한 곡을 줬다. 이소라에게만 곡을 주는데 “나보다 더 멜랑콜리한 가수는 그녀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킷 표지에는 자신의 사진 수천 장으로 만든 본인의 얼굴이 나온다. 처음으로 앨범 표지에 얼굴을 드러냈는데 눈 주위가 거무스름한 스모키 화장법이 독특하다. 그는 “나란 사람은 소심하고 나약한데 메이크업을 하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앨범은 시간을 향한 여행이 주제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영향을 받았다. ‘하루’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곡. 마지막 부분에서 마치 시간을 되감아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은 효과음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한 차례 여행을 하고 난 뒤 흐르는 마지막 곡인 ‘가장 어두운 밤 위로’를 밤에 들으면 끝날 것 같지 않은 사운드의 반복에 정신이 분열될 것만 같다. 그는 “그게 바로 의도했던 바”라며 씩 웃었다.

유희열, ‘윈디시티’의 김반장 등 다양한 뮤지션의 참여와 펜더로드(전기 피아노의 일종), 하모니카, 트럼펫, 시타의 연주도 들을 거리.

특히 산울림 노래를 리메이크한 ‘너의 의미’는 델리스파이스 앨범을 통해 계속해 온 산울림 오마주 시리즈다. 2집에서는 ‘동물원’의 김창기의 ‘잊혀지는 것’을 연주법, 창법까지 그대로 복제하려 했다면 이번엔 원곡을 뒤집어 보고 싶었다고. “‘너의 의미’ 원곡도 좋지만 여백이 많아 미완성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빈 곳을 소리로 꽉 채웠죠.”

2월 14,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에서는 공연 레퍼토리를 클래식으로 편곡해 12인조 오케스트라와 6인조 밴드가 협연한다. 오케스트라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500여 석 중 100석을 포기했다. 유희열, 이적, 이석원, 타루가 연주자로 함께 나선다. 02-559-1333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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