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92년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소동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코멘트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각 영업점에 바이러스 퇴치용 백신 소프트웨어를 지급하는 한편, 사전에 바이러스 침입 여부를 점검토록 하느라 비상이 걸렸다.(1992년 3월 5일자 동아일보)’

1992년 3월 초 전 세계 금융회사의 전산 담당자들은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컴퓨터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보고하라고 직원들에게도 신신당부했다.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도 마찬가지였다.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평소 컴퓨터에 잠복하고 있다가 3월 6일 활동을 개시해 하드디스크 기록을 파괴하는 바이러스다. 이날은 이탈리아의 천재화가이자 발명가인 미켈란젤로의 생일.

이 바이러스는 1992년 1월 처음 발견돼 백신업체들을 통해 알려졌다. 3월 6일이 돼야 작동하는 탓에 평소에는 감염됐는지 알기도 어려웠다.

바이러스가 확산될 때 피해는 불 보듯 뻔했다. 개인과 기업의 주식 투자정보가 사라지고 전산매매도 중단될 것이 분명했다.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하지만 3월 6일의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백신소프트웨어업체인 안철수연구소는 홈페이지에서 이날의 피해를 이렇게 소개한다.

‘미국의 모 백신업체는 최소 500만 대의 컴퓨터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피해는 1만 대였다.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특수로 상당수의 백신업체가 엄청난 매출 신장을 올렸다.’

미켈란젤로 바이러스는 기우(杞憂)로 끝났지만 전산 담당자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미켈란젤로 바이러스에 이어 13일 예루살렘 바이러스와 13일의 금요일 바이러스의 출현이 예상돼 컴퓨터 사용자들이 긴장하고 있다.(1992년 3월 12일자 동아일보)’

컴퓨터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컴퓨터 개발 초기부터 제기됐다. 폰 노이만형 컴퓨터의 창시자인 존 폰 노이만은 1949년 논문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기 자신을 복제함으로써 스스로 증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전에도 크고 작은 바이러스 경고 위험이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지 않은 탓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 지금은 컴퓨터를 켜면서 백신 소프트웨어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는 게 칫솔질만큼이나 당연한 일이 됐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