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 미니기업 가다]<9>자동화 로봇 스위스 ‘귀델’

  • 입력 200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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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자동화 로봇 생산업체인 스위스 귀델의 한스 울리크 쿠르트 사장이 본사 생산 공장에서 제작 중인 자동차 생산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귀델 로봇은 작업 속도가 경쟁사 제품에 비해 2배 이상 빠른 데다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취리히=손효림 기자
산업용 자동화 로봇 생산업체인 스위스 귀델의 한스 울리크 쿠르트 사장이 본사 생산 공장에서 제작 중인 자동차 생산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귀델 로봇은 작업 속도가 경쟁사 제품에 비해 2배 이상 빠른 데다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취리히=손효림 기자
자동화 로봇에 사용될 철제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고 있는 귀델 직원들.
자동화 로봇에 사용될 철제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고 있는 귀델 직원들.
《BMW, 도요타, 폴크스바겐, GM, 현대·기아자동차…. 이 자동차회사의 공장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스위스 중소업체의 산업용 로봇을 한 종류 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스위스 업체는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 로봇을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 회사는 세상에 없다”라고. 산업용 자동화 로봇 생산 업체인 스위스 귀델사(社)의 이야기다. 이 회사는 8명이 하던 일을 최대 2명만으로 가능하게 하는가 하면 작업 효율도 2배 이상 높인 로봇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직원 470여 명에 연간 매출이 1235억 원으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 세계 자동화 로봇 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야무진’ 회사다.》

‘작지만 똘똘한 로봇’ 전세계 車공장 누빈다

스위스 취리히 외곽 랑겐탈 공단에 자리 잡은 귀델 본사는 철제 외관으로 만들어져 한국의 여느 중소기업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로비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에 알록달록한 색상의 소파와 화분들이 카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CEO가 직접 설계에 참여

195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알프레트 귀델 창업주의 아들인 루돌프 귀델 사장과 전문경영인인 한스 울리크 쿠르트 사장이 공동으로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흰색 면바지에 하늘색 셔츠를 입은 귀델 사장이 설계도를 펼쳐 놓고 한창 설계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평소에도 작업복을 입고 공장을 누빈다.

설계와 생산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회사가 성장하게 된 핵심 요인은 기술 개발과 설계, 생산에 있습니다. 가족기업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CEO는 가장 중요한 업무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CEO부터 연구 및 기술 개발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까닭에 이 회사 로봇은 효율성이 높고 정교한 작업도 척척 해내는 등 ‘똘똘’하기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전체 제품의 85%를 자동차 생산 로봇이 차지한다. 식료품 및 전자제품 생산 등과 관련된 로봇도 만든다.

차체를 만드는 프레스 로봇은 1분에 15∼20개의 차체를 찍어낼 수 있다.

쿠르트 사장은 “1분에 6∼10개를 처리하던 기존 로봇에 비해 두 배 이상 속도가 빨라, 자동차 생산 라인을 두 배로 늘린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차지하는 공간도 경쟁사에 비해 30% 이상 작다.

귀델 로봇 가격은 경쟁사에 비해 10∼20% 비싸지만 4, 5년 이상 거뜬히 사용할 수 있어 오히려 더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쿠르트 사장은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로봇이 작업하는 동영상을 연달아 보여 줬다.

로봇은 여러 개의 관절로 구성돼 아래, 위, 왼쪽, 오른쪽 등 각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마치 사람이 손으로 작업하듯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차체 겉면을 찍어내 옮기고 있었다.

쿠르트 사장은 “최근 자동차 조립 과정에서 5개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로봇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이상 앞선 기술로 승부

귀델은 생산하는 로봇의 절반은 주문을 받아 만들지만 나머지 절반은 앞으로 필요할 기술을 예측해 생산한다.

쿠르트 사장은 “직원들은 수시로 고객의 공장을 방문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열어 미래에 어떤 기능을 가진 로봇이 필요한지 연구한다”며 “3년 이상 앞을 내다보고 미리 만들기 때문에 고객이 주문하면 신속히 로봇을 납품할 수 있는 것이 귀델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전체 직원 470여 명 중 엔지니어가 200여 명에 이르는 데다 매년 연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스위스의 다른 기업들처럼 산학협동을 통해 인재를 키워 졸업 후 연구개발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도 현장 직원의 10%는 기계공학 등을 전공한 학생들이다.

쿠르트 사장은 “학생들은 2, 3년간 기업에서 실습을 하기 때문에 졸업 후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10년 전 50명의 직원을 둔 귀델은 현재 470여 명을 둔 회사로 성장했다. 매출도 연평균 10∼20% 늘어나 2005년 매출이 1235억 원이었다.

○로봇계의 마이크로소프트(MS)를 꿈꾸다

쿠르트 사장은 산업용 로봇이 기업의 해외 이전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기업이 중국, 인도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값싼 인건비도 주요한 원인이죠. 산업용 로봇은 인건비 부담을 절반 이하로 낮춰 주기 때문에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국가에서는 로봇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최근 식료품을 쌓아 올리거나 빵을 자동으로 만드는 기기 등 로봇이 필요한 여러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며 “MS가 윈도를 만들어낸 것처럼 귀델도 기업에 꼭 필요한 로봇을 만드는 핵심 기술을 더 많이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취리히=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스위스 中企 첨단기술 비결은

정부가 이공계 육성 앞장
탄탄한 산학협동도 한몫

스위스에선 규모는 작지만 첨단 기술을 보유한 귀델 같은 중소기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늘날 버튼 한 개로 자동차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게 된 것도 스위스 아바테크란 기업 덕분이다. 그 전에는 자동차 창문을 열고 닫을 때 올리는 버튼과 내리는 버튼 두 개를 각각 사용해야 했다.

이 회사는 전자기기에 사용하는 금을 대체할 수 있는 신재료도 개발했다. 보통 전자기기에서는 버튼과 전자장치가 만나는 면에 금을 붙여, 버튼을 누를 때마다 금이 전자기기에 닿아 전류를 통하게 한다. 스위스는 전체 인구가 750만 명으로 시장 규모가 작아 중소기업도 일찌감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상묵 KOTRA 취리히 무역관장은 “스위스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데 이들 대부분은 해외 시장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마케팅 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특화된 첨단 기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대거 포진할 수 있는 것은 이공계를 중시하는 교육 풍토와 탄탄한 산학협동,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이 바탕이 됐다.

김 관장은 “스위스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공과대학에 우선적으로 진학하려 한다”며 “스위스 연방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대학은 취리히연방공과대와 로잔연방공과대 등 두 곳뿐일 정도로 이공계 육성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스위스는 세계경제포럼이 세계 12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6년 국가경쟁력 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세부 항목에서 스위스는 대학-기업 간 연구개발협력, 과학연구기관의 질, 기업의 연구개발 지출이 모두 1위였다.

스위스는 2006년까지 물리, 화학, 의학 등 과학 분야에서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 23명으로, 인구 대비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다.

취리히=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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