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 ‘베낀 詩’ 더 있다

  •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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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
마광수 교수
시인이자 소설가인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지난해 4월 출간한 시집 ‘야하디 얄라숑’(해냄)에 제자의 시 ‘말(言)에 대하여’를 그대로 수록한 데 이어 또 다른 사람의 작품 ‘바이올린’을 표절해 같은 시집에 게재한 것으로 5일 드러났다. ‘야하디 얄라숑’은 성적 판타지를 서정시로 담아낸 시집으로 375편의 시를 수록했다.

출판사 해냄의 김수영 편집장은 “4일 밤 시 ‘바이올린’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5일 오전 마 교수에게서 사실 확인을 한 뒤 전국 서점에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며 “현재 시중에 있는 시집 2판을 모두 수거해 폐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시 ‘바이올린’은 2005년 마 교수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의 주부 회원이 마 교수에게 평가를 부탁해 온 작품이다.

마 교수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작자에게 허락을 받은 뒤 마지막 운율을 다듬어 실었다”며 “2005년에 e메일로 작품의 수정을 요청하기에 시집에 싣되 본인 이름을 넣지 않겠다는 말로 허락을 받았는데 막상 시집이 나온 4월 말에 내 홈페이지에 항의 글이 올라와 이후 양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마 교수는 “그러나 후회한다. 그 주부의 아이디어나 착상이 좋았지만 375편이나 되는 시집의 하나일 뿐인데, 내 색깔의 시도 아닌데 내가 미쳤다”며 “사전에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도용이나 도작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박철화 중앙대 교수는 “시 작품의 경우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일부 인용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출처를 반드시 밝힌다”며 “창작자로서 욕심이 나는 구절이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자기 창작물처럼 게재하는 것은 타인의 것을 훔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 ‘다음’ 등에서는 “교수가 남의 창작물을 도용한 것은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문제”라는 비판 의견이 많았으나, “즉각 실수를 스스로 인정했고 한 번의 실수로 30년 가까운 창작활동에 대한 공로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옹호론이 일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연세대의 홍종화 교무처장은 5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인 만큼 다음 주 중에 마 교수의 소속 대학인 문과대에서 인사위원회를 열어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고대, 표절의혹 진상조사 착수▼

고려대 교수의회는 5일 이필상 총장의 논문과 책 표절 의혹을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교수의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조사위원을 구성해 이날부터 활동에 들어갔으며 조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다른 대학 교수 1, 2명을 조사위원에 포함시켰다.

교수의회 측은 “정확하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위원들의 명단은 발표하지 않을 것이며 조사 진행 과정도 비공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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