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조마조마…전세시장 다시 들썩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에 세 들어 사는 주부 김미순(가명) 씨는 2년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최근 집주인에게서 “현재 2억8000만 원인 전세금을 3억8000만 원으로 1억 원 올려 주든가, 아니면 집을 비워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집주인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낼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댔다. 잠잠했던 서울 전세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이 전세금에 전가되는 데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군이 좋은 지역에서 전세 물량이 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전세금 다시 오름세

11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12월 2∼8일)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한 주일 전보다 0.14% 올랐다.

정부의 11·15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전세금 상승률은 △11∼17일 0.19% △18∼24일 0.12% △25일∼12월 1일 0.08% 등으로 한동안 주춤했지만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초구 방배동 삼호1차 아파트 38평형은 최근 한 달 사이 전세금이 2000만 원(2억4500만 원→2억6500만 원),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33평형은 3000만 원(4억7000만 원→5억 원) 올랐다.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 일대는 상대적으로 전세 물량이 많은데도 아파트 전세금이 지난달 중순 1억1000만∼1억5000만 원에서 현재 1억2500만∼1억7000만 원으로 올랐다.

상계동 현대공인 윤재근 사장은 “올해 가을 전세를 끼고 무리하게 아파트를 사들였던 사람들이 잔금을 치르면서 돈이 부족해 다시 전세를 내놓으면서 전세금을 올려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월세 전환도 늘어

전세 물량이 부족한 서울 강남권에서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도 늘어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34평형은 최근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160만 원으로 계약이 체결돼 화제가 됐다.

중개업소는 “집주인 중 절반 정도는 월세를 선호한다”며 “한 달에 15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누가 찾나 싶었는데 전세 물량이 워낙 없다 보니 그렇게라도 들어가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세금을 대폭 올려 주고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내년 봄이 관건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11일 취임식에서 “집값 안정 못지않게 내년 봄 전세난 문제가 큰 현안”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수도권의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데다 중대형 평형 위주로 공급되기 때문에 전세금 상승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우려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새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2만3400채로 올해(15만6500채)보다 20% 적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매매가가 올라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데다 종부세, 학군 수요 등이 겹치면 내년 봄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올해 가을 전세 수요자들이 대거 주택을 미리 구입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내년 봄 전세난이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