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檢간부 ‘비밀회동’… 론스타 갈등속 ‘부적절한 만남’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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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검찰총장(가운데)이 18일 춘천지검을 비롯한 강원지역 검찰청 소속 검사 및 직원들과 함께 눈이 쌓인 평창군 오대산 비로봉을 오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정상명 검찰총장(가운데)이 18일 춘천지검을 비롯한 강원지역 검찰청 소속 검사 및 직원들과 함께 눈이 쌓인 평창군 오대산 비로봉을 오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론스타 사건 관련자에 대한 잇단 구속영장 기각으로 법원과 검찰이 정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양쪽의 고위 간부들이 은밀히 만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 모임에는 영장을 기각한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배석했고 대화 도중에 사건 관련자의 구속 문제가 거론돼 ‘부적절한 회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4인 회동’, 무슨 대화 나눴나=서울중앙지법의 이상훈 형사수석부장판사와 민병훈 영장전담부장판사, 대검찰청의 박영수 중앙수사부장과 채동욱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1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M일식집에서 식사를 함께했다.

이 모임은 7일 밤 유회원 론스타코리아어드바이저 대표 등 3명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이 두 번째 기각된 뒤에 이 수석부장판사가 사법연수원 동기(10기)인 박 중수부장에게 “영장 기각을 둘러싼 오해를 풀자”고 제의해 이뤄졌다.

박 중수부장이 “채 기획관을 인사시키겠다”고 하자 이 수석부장판사는 “그러면 채 기획관과 민 부장판사가 서로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민 부장판사도 데려가겠다”고 해 4명이 모이게 됐다. 민 부장판사는 3일 새벽 유 대표 등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고 기각 이유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공부 좀 해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폭탄주를 곁들인 저녁식사 자리는 2시간 넘게 이어졌고 양측은 영장 기각 문제를 주요 화제로 삼았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중수부장이 먼저 “법원이 왜 유 대표에 대한 영장을 자꾸 기각하느냐. 외환카드 주가조작 피해 액수가 크고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해서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장판사는 “수사가 다 됐으면 불구속 기소하면 된다. 수사가 충분히 됐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면 구속의 필요성이 없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또 그는 “검찰이 유 대표의 구속에 왜 그리 집착하느냐”고 말했다.

양측의 시각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고 다혈질인 이 수석부장판사와 박 중부수장의 언성이 간혹 높아지기도 했다.

▽“부적절한 회동” 비판 많아=이 수석부장판사가 이 모임에서 “유 대표를 불구속기소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18일 이 수석부장판사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일반론을 얘기했을 뿐 유 대표의 불구속 기소를 검찰에 특정해서 요청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박 중수부장도 “개인적인 만남이었고 이 수석부장판사의 말을 불구속 기소 제안이나 요청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 참석자의 면면이나 대화 내용 등을 살펴보면 부적절한 자리였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법원이 최근 들어 전관예우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 사건 관계인의 판사실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마당에 법원의 핵심 간부인 형사수석부장판사가 검찰 간부와의 만남을 제의한 것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는 것.

더욱이 이 자리에 후배인 영장전담부장판사를 데리고 갔고 특정인의 영장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후에 청구될 영장 심사에 영향력을 미칠 소지가 있다. 이 모임이 있은 며칠 뒤인 15일 대검 중수부는 유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고 이 영장 심사를 맡은 민 부장판사는 16일 새벽 다시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법원 측에서는 “유 대표의 영장이 또 기각되자 검찰 쪽에서 회동 사실을 흘린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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