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필드’의 웃음도… ‘나니아…’의 괴물도… 한인 과학자 솜씨였다

  • 입력 2006년 9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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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한국과학기술원
사진 제공 한국과학기술원
“제 인생의 3번째 막이 오른 셈이지요.”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영상기술 전문가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조교수에 최근 임용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세계 3대 특수효과 전문회사인 ‘리듬 앤드 휴스’에서 ‘그래픽 사이언티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노준용(35·사진) 박사.

1990년 재수를 했으나 연세대에 낙방하고 혼자 미국으로 건너간 지 16년 만의 ‘금의환향(錦衣還鄕)’이다. 1991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졸업할 때까지 4.0점 만점에 평균 3.9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재수까지 했지만 국내에선 원하는 전자공학과에 진학하기 힘들었죠. ‘낙방 한번 더 해봤자지…’하는 마음에 한국의 고등학교 성적을 넣었더니 입학 허가서를 내주더라고요. 정말 이를 악물고 공부했습니다.”

그는 국내에선 큰 시험을 볼 때마다 전날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시험을 망치는 ‘징크스’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학부를 졸업한 후 남캘리포니아대에서 로봇공학 석사학위를, 이어 컴퓨터그래픽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 박사의 졸업 논문은 얼굴 표정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관한 것. 이 논문은 컴퓨터그래픽 분야의 최고 학술대회인 ‘시그래프(SIGGRAPH)’에 발표되기도 했다.

2003년 ‘리듬 앤드 휴스’에 들어간 후 3년 동안 노 박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영화는 블록버스터급만 23편.

‘가필드’ ‘80일간의 세계일주’ ‘나니아 연대기’ 등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가필드’의 익살스러운 웃음과 얼마 전 개봉된 ‘수퍼맨 리턴즈’에 나오는 폭풍 치는 바다 장면도 그의 솜씨.

“그래픽 사이언티스트란 말은 한국에선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의 주요 영화 제작회사에는 저 같은 과학자가 꽤 많습니다. 감독과 연기자가 직접 연출하기 힘든 장면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몫이죠.” 노 박사의 포부는 소박했다.

“미국 특수효과 회사들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한국인은 ‘손기술’이 좋아요. 문제는 경험 많은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 분야의 인재를 키우는 게 저의 꿈입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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