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2년 우범곤 순경 총기난사 사건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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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4월 26일. 경남 의령군 궁유면 토곡리 일대 시골 마을에 난데없는 총성이 울렸다.

의령경찰서 궁유지서에 근무하던 우범곤(禹範坤·당시 27세) 순경이 만취 상태에서 지서와 예비군 무기고에서 수류탄 7발과 카빈소총 2정, 실탄 180발을 들고 나와 토곡리 등 인근 5개 마을을 돌며 무고한 주민들에게 총을 무차별 난사한 것.

우 순경은 토곡리 우체국에서 일하던 전화교환원을 살해하고 외부와 통신을 두절시킨 뒤 불이 켜진 집을 찾아다니며 마구 총을 쏘고 수류탄을 터뜨렸다. 이로 인해 56명이 사망하고 3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희생자 중에는 생후 1주일 된 영아도, 70세 넘은 할머니도 있었다.

우 순경의 만행은 8시간 동안 계속됐다. 마을을 빠져 나간 주민의 신고로 사건을 접수한 의령경찰서는 뒤늦게 우 순경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기동대를 출동시켰지만 그는 자취를 감췄다. 우 순경은 다음날 새벽 인근 평촌리 서모 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서 씨의 부인 등 2명을 죽이고 수류탄 2발을 터뜨려 자폭했다.

당시 경찰은 평소 술버릇이 나빴던 우 순경이 내연의 처와 말다툼을 벌인 뒤 흥분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써야 할 총을 경찰이 무고한 주민에게 마구 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이 초래한 파문은 적지 않았다. 사건 당일 온천에 놀러가 자리를 비운 궁유지서장 등 4명이 구속됐고 내무부 장관이 사임했다.

잊혀질 만하면 터져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이런 ‘무차별 살인’ 사건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이어가며 벌어진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 1994년 지존파 및 온보현 사건, 1996년 막가파 사건에 이어 2004년엔 유영철 사건이 세상을 경악케 했다. 최근 드러난 ‘봉천동 자매 살해사건’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이 같은 강력범죄가 터질 때마다 등장해 논란이 되는 것이 ‘사형제 존폐론’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반인륜적 범죄자의 인권까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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