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부총리, 왜 못바꾸나

  • 입력 2003년 6월 2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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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문제로 혼란을 불러일으킨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를 경질하지 않기로 한 청와대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부총리가 수시로 입장을 바꿔 혼선을 자초해 교단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데도 청와대가 굳이 윤 부총리 카드를 고집하는 속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일 재계 인사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NEIS와 관련된 파문을 언급하면서 "이 문제로 교육부총리를 경질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밝힌 데 이어 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개각문제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아직 3개월도 안된 사람을 바꿀 수는 없지 않나.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도 좀 더 일을 하고, 익혀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그리고 좀 더 검증한 다음에 바꾸면 바꾸더라도 함부로 개각만 자주 한다고 정치가 잘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내에서는 3개월 만에 교육 부총리를 바꿀 경우 가뜩이나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내각이 급속도로 위축될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가 매사에 독주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 마당에 새 정부 출범 초 대통령과 5년 임기를 같이하겠다던 교육 부총리를 출범 100일도 안돼 경질할 경우 내각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정 운용도 더불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조각(組閣) 과정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해 인선에 진통을 겪었던 교육 부총리를 중도하차 시키려고 해도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대안부재론'도 거론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인사 검증 때 전성은(全聖恩)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과 안병영(安秉永) 연세대 교수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결국 낙점하지 못하고 컬러가 다소 애매모호한 윤 부총리를 선임할 밖에 없었다"면서 "마땅한 '대타'를 찾기 어렵다는 게 현실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윤 부총리를 경질할 경우 취임 100일 동안 혼선을 빚은 다른 장관들에게 대한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청와대의 고민인 듯 하다.

이에 대해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보좌관은 "NEIS 문제가 아주 중요한 사안으로 비쳐졌지만 사실은 별 것 아니다"면서 "산적한 교육문제가 많은데 지금 교육부총리를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2일 윤 부총리 경질을 포함한 개각을 요구했다.

김진재(金鎭載)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이 오기에서 벗어나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조만간 개각하겠다는 얘기가 있기를 바란다"고 주장했고, 김정숙(金貞淑) 최고위원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윤 부총리만큼은 해임건의안을 내 가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련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은 논평에서 "아마추어적인 인사를 즉각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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