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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샐러리맨 신화 일벌레의 충고 “회사에 몸 바치지 마라”

입력 2017-01-25 03:00업데이트 2017-01-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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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퇴근 전도사’ 나선 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은 “불필요한 야근만 줄여도 저출산, 비혼 등의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런 덕분인지 사내 야근을 없앤 뒤 사내 커플 4쌍이 생겼고 모두 결혼에 성공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은 “불필요한 야근만 줄여도 저출산, 비혼 등의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런 덕분인지 사내 야근을 없앤 뒤 사내 커플 4쌍이 생겼고 모두 결혼에 성공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밤낮 없이 일했다. 회사가 주는 일을 완수하기 위해 젊음을 바쳤다. 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부회장(64)에게 회사는 ‘종교’이자 ‘모든 것’이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청년들에게 “회사에 몸 바치지 말라”고 말한다. 중년들에겐 “후배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며 꼰대 경계론을 편다.

 다음 달 취임 2주년을 맞는 그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야근과 휴일 근무를 철저히 금지시키는 ‘칼퇴(칼 퇴근)’ 전도사다. 그는 “젊을 때 퇴근과 휴일 없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남는 건 달라지는 직함뿐이었다”며 “시대가 달라졌으니 일하는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직장에서 최연소 임원에 오른 뒤 40대에 계열사 사장까지 지냈던 그는 왜 ‘돌변’했을까.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당시 경영대학장 추천으로 국내 도급 순위 10위권인 삼익건설에 1980년 입사했다. 일자리가 차고 넘치던 시절이라 교수 추천이 있으면 원하는 직장에 웬만하면 들어갈 수 있었다. 당시 그는 선경(SK)과 한국은행에도 입사 추천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고민하던 그를 붙잡은 건 교수의 한마디였다. “너 마흔다섯 살에 과장 할래, 사장 할래.” 그는 삼익건설에 미래를 걸기로 했다.

 입사 후 그는 삼익건설에서 승승장구했다. 입사 13년 만인 40세에 최연소 임원이 됐고, 15년 만에 계열사 사장이 됐다. 15년간 온전히 쉬어본 날이 손에 꼽을 정도. 주말에 출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휴가도 거의 가지 않았다.

 인생을 일과 회사에 모두 걸었지만 그는 “당시 그랬던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상사들로부터 “대단한 놈” 소리를 듣고 일했지만 돌이켜보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는 것. 특히 가족과 멀어진 게 가장 안타까웠다고 했다.



 “아직도 아이들과 서먹해요. 애들은 내가 옆에 있는데도 부엌에 있는 엄마에게 내 일정이나 안부를 물어요. ‘엄마, 아빠 저녁에 어디 간대?’ 이런 식이죠. 아직까지 회복이 안 되더라고요. 뼈아픕니다.”

 그는 청년들이 개인 시간을 회사에 모두 쏟지 않도록 상사들이 잘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충 일하게 놔두라는 의미가 아니다. 일은 업무 시간에 시키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게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나 자신과 가족이 회사보다 중요한 직원들에게 휴일에 업무 지시를 내려 스트레스를 준다면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되겠냐는 것.

 “관리자급은 주말에도 회사 고민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고민을 혼자 풀어야지, 후배들에게 넘기면 안 됩니다. 몸으로 하는 일 아니라며 후배들에게 퇴근 뒤나 저녁에 카카오톡 등으로 ‘뭐 고민해 봐라’ 하면 당연히 업무 지시라고 느낄 수밖에 없죠.”

 그는 중견련 부회장으로 취임한 뒤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기로 했다. 야근과 휴일 근무를 금지한 것. 일손이 달린다는 간부들의 걱정은 인력 확대로 해소했다. 당초 조직 확대 과정에서 3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었지만 10여 명을 더 뽑은 것. 추가 인력 충원으로 늘어난 비용은 회원사를 400여 곳에서 540곳으로 늘려 보충했다. 중견련은 회원사인 중견기업의 회비로 운영된다.

 반 부회장은 “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들고, 가족 간에 관계도 좋지 않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겠느냐”며 “회사가 성과를 원한다면 먼저 직원들이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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