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듣는것, 김정은도 듣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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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원은 마이크, 측근들은 이어폰 사용… 현지지도 잘 들으려고? 허튼 정보 검열?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 장면을 담은 사진에 예전에 없던 소품들이 등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장을 안내하는 안내원들의 윗옷에 작은 마이크가 꽂혀 있고 일부 안내원은 손에 담뱃갑 크기의 마이크 장치를 들고 있다. 방송 인터뷰에서 흔히 사용하는 무선 마이크다. 또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후계자인 3남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측근들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다. 이런 마이크 장비는 10월 26일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평안남도 회창군의 옛 중국인민지원군사령부를 둘러보는 사진에 처음 등장한 이래 김정일의 현지지도 사진에 계속 등장하고 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20장 정도의 사진에서 이런 마이크 장비를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방송들이 김정일의 육성을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는 관행에 비춰볼 때 최근 등장한 마이크 장비는 단순히 김정일의 육성을 녹음하기 위한 장치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김정일 현지지도 사진에 계속 등장하는 마이크 장비의 용도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지지도에 나선 김정일과 안내원이 나누는 대화, 특히 김정일의 지시를 누군가 좀 더 정확히 들을 필요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목소리가 낮아졌을 수 있다. 따라서 현지지도에 동행한 김정은을 비롯한 측근들이 김정일의 현지지도 내용을 정확하게 듣고자 하는 의지가 작용했을 수 있다.

이런 마이크 장비 사용은 김정일에게 들어가는 정보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안내원은 김정일과 불과 몇십 cm 떨어진 곳에서 수행원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전할 수도 있다. 김정은을 비롯한 당 간부들이 이어폰을 끼고 모든 대화를 듣고 있는 상황에서는 안내원이 불필요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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