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여자 대통령이라서…”라는 참 불편한 말
박근혜 대통령과 나의 공통점을 굳이 찾는다면 ‘여성이니까’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점일 거다. 한때 나는 ‘여성 칼럼’이라고 낙인찍히기 싫어 여성이나 가정 문제는 일부러 피한 적도 있다. 여자라서 차별받는 것도 원치 않되 혜택받는 건 더 원치 않는 자칭 비(非)페미니스트다. 요즘 슬…
- 201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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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나의 공통점을 굳이 찾는다면 ‘여성이니까’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점일 거다. 한때 나는 ‘여성 칼럼’이라고 낙인찍히기 싫어 여성이나 가정 문제는 일부러 피한 적도 있다. 여자라서 차별받는 것도 원치 않되 혜택받는 건 더 원치 않는 자칭 비(非)페미니스트다. 요즘 슬…
“저는 오늘 아침 청와대에서 벌어진 그동안의 불미스러운 일들과 기강 해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해임하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이런 말로 시작된다면, TV카메라는 방향을 홱 틀어 기자들 얼굴을 잡는 게 좋겠다. 허…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지난주 모처럼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가 나왔다. ‘문-정-김(문재인 정세균 김한길) 계파초월 경제공부 모임’ ‘계파수장들 단체로 경제과외 받는다’ ‘대선 이기려면 결국 경제…야 거물들 뭉쳤다’. 야당의 아킬레스건이 종북과 경제라고 여겨온 나는 눈 비비고 다시 봤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남자가 마마보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변하게 만들겠어, 따위의 야무진 희망을 안고 결혼한 사람은 알 것이다. 그때는 콩깍지가 덮였다는 걸. 아무리 애써도 상대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희망을 버리든지 …
대통령은 알고 있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 씨가 국정에 개입해왔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나는 그게 제일 궁금했다. 장관도 못한다는 대통령 얼굴 보기를 매일 하는 사람들이 ‘문고리권력 3인방’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이다. 이들을 포함해 ‘십상시’라는 청…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7주년 기념 만찬행사는 작은 노무현공화국 같았다. 헤드테이블에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빈처럼 앉았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500여 명의 ‘노무현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후원을 맡은 박…
벌써 까마득한 과거 같지만 7월 초만 해도 새누리당은 이대로 가면 침몰한다는 분위기였다. 총리, 장관 인사마다 억장 무너지게 만드는 발표가 이어져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레임덕 대통령에 ‘마마보이 새누리당’이란 말까지 나돌았다. 위기감에 초·재선의원 …
‘무대’의 사과는 화끈했다. 무성 대장이라는 별명답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주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텐데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지 딱 하루 만에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고 계신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용서를 구하기도 이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광재 의원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병역 기피를 위해 제 손으로 오른쪽 검지를 잘랐다는 논란이 들끓던 때였다. 사과문 같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그는 잘못한 게 없다. “1986년 제…
정말 죄송하다. 나는 김현이라는 국회의원이 누군지 몰랐다. 새정치민주연합 초선 비례대표가 그렇게 대단한지 모르고 있었으니 죽을죄를 지었다. 그럼에도 고맙기 짝이 없다. 덕분에 세월호 참사 다섯 달이 지나고도 변치 않는 권력의 속성과, 엄청나게 변질된 세월호의 정치성을 알게 됐다.…
지난주 채널A가 내보낸 세월호 유족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막말 동영상은 충격이었다. 단식 38일째, 대통령 면담 신청서만 작성하겠다는...
“교황의 방한은 박근혜 정부에 패착이 될 것.”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무국장을 지낸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주필은…
“박영선 기자와 출장 가서 같은 방에 묵었다. 다음 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오프닝 멘트 하는 방송이 예정돼 있었는데, 한밤중에 방문 열고 들어오는 연습을 3000번은 하더라.” 30년 전 들은 얘기인데 잊혀지지도 않는다. 그렇게 집요할 만큼 치열하게 노력했으니 MBC 첫 …
김용의 무협소설 ‘소오강호(笑傲江湖)’는 강호의 패권다툼을 비웃는다는 뜻이다. 2006년 당시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은 청와대 인사 청탁을 폭로한 죄로 경질되면서 “심심풀이로 읽은 ‘소오강호’가 떠오른다”며 “참 재미있는 세상”이라고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영화화된 ‘동방불…
기이한 일이다. 분명 뒤통수에 혹이 났는데 맞는 쪽은 “아야” 소리도 없이 웃기만 하고, 때린 쪽 역시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시침 뚝 떼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후폭풍을 두고 하는 소리다. 시진핑은 방한 둘째 날인 4일 오전 서울대 강연에서 작심한 듯 일본을 비판했…
‘문창극 후보 동영상 방영 감사합니다’, ‘시청료는 KBS가 아니라 MBC에 줘야 합니다’, ‘MBC 살아있네∼’. MBC가 20일 밤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을 방영한 뒤 시청자 게시판엔 이런 제목이 잇달아 올라왔다. 전체 150분 방송 중 40여 분을 교회강연 동영…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달아오르기 전, 우리 회사를 방문한 조희연 후보는 연극배우 초창기 때 문성근처럼 해맑게 웃는 사람이었다. “우리 애들이 외고 나왔는데 걱정이에요. 남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묻지도 않았는데 이런 고백을 하는 그에게 나는 말했다. “아드님같이 외…
웃는 것도 괜히 죄스러워지는 요즘, 모처럼 빵 터졌다. 의리 빼면 시체인 남자 김보성의 식혜 광고를 보면서다. “탄산도 카페인도 색소도 없다. 우리 몸에 대한 으리(의리)”를 외치는 것부터 웃기기 시작해서 ‘전통의 맛이 담긴 항아으리(항아리)’ ‘신토부으리(신토불이)’ 같은 변종이…
9·11테러가 터진 뒤 나는 미국인들이 갑자기 천사가 된 줄 알았다. 롱아일랜드의 뉴욕주립대에서 연수 중이던 2001년이었다. TV에서 참사…
지금쯤 대통령도 알았을 것이다.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잘 짜여진 보고서만 읽으면서 자신이 속고 살았다는 것을. 2014년 4월 16일 너무나 착하고 어른보다도 성숙했던 우리 아이들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뜬눈으로 밤새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날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러 가려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