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심 기자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급성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환자가 증가한다. 최근에는 고령화로 인해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죽종(粥腫)에 의해 막히는 죽상 동맥경화증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관상동맥의 죽상 동맥경화증 환자 수는 2019년 10만8599명에서 2023년 17만434명으로 최근 5년간 57%가 증가했다. 2014년 환자 수가 7만6583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10년간 123%가 늘어난 셈이다. 2023년 기준 남성 환자는 11만5132명으로 여성 환자 5만5302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죽종은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며 만들어진 단단한 덩어리다. 혈관 내부를 좁게 만들어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고 불완전하게 파열되면 혈전을 만들기도 한다. 이에 따라 관상동맥 죽종을 방치하면 심근경색, 협심증, 뇌중풍(뇌졸중) 등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석회화가 많이 진행된 고령 환자의 죽종은 젊은 환자의 죽종에 비해 더욱 단단하면서도 크기가 크고 관상동맥 여러 곳에 다발적으로 나타나 제거가 쉽지 않다.
관상동맥 죽종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수술적 치료인 관상동맥 우회술, 경피적 시술인 관상동맥 성형술(풍선 확장술)과 회전 죽종 절제술, 약물치료가 있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환자의 몸에서 혈관 일부를 떼어내 좁아진 관상동맥에 우회로를 만드는 수술이다. 가장 확실한 치료지만 수술이 부담스러운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제한이 있다.
관상동맥 성형술은 좁아진 혈관을 풍선 카테터로 넓혀준 뒤 스텐트를 설치해 협착을 해소한다. 절개 없이 경피적 시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죽종의 석회화가 심한 경우 스텐트가 완전히 펼쳐지지 못하며 죽종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 혈액응고방지제를 사용해 죽상 동맥경화증으로 생기는 혈전을 예방하는 방법도 있다.
회전 죽종 절제술(로타블레이터 시술)은 경피적 시술을 통해 다이아몬드 칩으로 코팅된 천공기를 관상동맥에 넣은 뒤 고속으로 회전시켜 죽종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천공기는 차등 절단 원리에 따라 작동해 탄력적인 정상 혈관은 손상이 되지 않고 비탄력적인 죽종만을 선택적으로 절제할 수 있다. 죽종은 적혈구보다 작은 미세한 조각으로 갈려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 내에서 없어지게 된다.
천대영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고령화로 인해 석회화가 동반된 관상동맥 죽종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라며 “대개는 수술적 제한이 크고 죽종도 단단해 치료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회전 죽종 절제술은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고령의 환자에게 좋은 치료 대안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겨울철 관상동맥 죽종에 의한 죽상 동맥경화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휴식 중에는 괜찮다가도 기온차가 크거나 운동 등 활동 시 유독 흉통이 심해진다면 죽상 동맥경화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혈류 문제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통풍 등 만성적인 염증 질환을 앓고 있거나 흡연자의 경우 관상동맥 죽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석회화가 심한 관상동맥 죽종은 치료가 어렵고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질환이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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